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무차별 칼부림을 벌인 범인이 무고한 희생자를 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초였다. 당시 범인이 휘두른 흉기 중에는 30㎝짜리 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와사키 류이치(岩崎隆一·51)는 전날 오전 도쿄 인근 소도시 가와사키의 주택가에서 30대 남성을 흉기로 찌른 후 10여초 사이에 50m 가량을 이동해 스쿨버스를 기다리던 초등학생에게 범행을 저질렀다. 이날 흉기 난동 사건으로 초등학생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일본 경찰은 이와사키가 가지고 있던 흉기 중에는 30㎝의 야나기 칼도 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범인이 범행 직전 편의점 근처에 벗어놓은 가방에는 흉기 2개가 더 있었다. 앞서 현지 언론은 이와사키가 범행 당시 “죽여버리겠다”라고 외쳤다고 보도했지만, 경찰은 그가 아무런 신호 없이 흉기를 휘두른 탓에 피해자들이 무방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와사키가 첫 번째 희생자를 찌른 뒤 자해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이 채 안 됐다. 경찰은 조사 결과 그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을 확률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범행 현장에서 5㎞ 정도 떨어진 곳에서 80대 노인인 삼촌과 숙모와 함께 살았고, 이웃과도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사키는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 CCTV 등을 분석한 결과 그는 범행 당일 오전 7시쯤 집에서 나와 현장 인근 역까지 전철로 이동했다. 현지 경찰은 “범인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참사 현장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렬이 하루 종일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서있던 정류장 인근에는 수많은 꽃다발과 음료수, 편지 등이 쌓이고 있다. 가와사키 시민들은 두손을 모아 기도하며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열린 각료 회의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아이들의 안전은 어떤 방법으로든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는 31일까지 휴교할 방침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