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28일(현지시간) 4년 만에 2018년 경제지표를 공개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은 13만%에 달하고, 경제 규모는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경제지표 보고서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베네수엘라 정부는 구체적인 경제 위기 상황을 공개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경제지표를 밝히는 것을 미뤄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베네수엘라 경제 규모는 전년 대비 19.2% 축소됐다. 민간소비가 18.7%, 공공 부문 소비의 경우 9% 감소한 탓이다. 산업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은 22.5%, 소매업은 34.1% 축소됐다.
특히 지난해 전체 물가상승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13만60%까지 치솟았다. 베네수엘라의 주요 소득원인 원유 판매 수익은 298억 달러(약 35조6000억원)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최근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의 일환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측은 “이같은 경제지표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수치에는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IMF는 지난 4월 베네수엘라 경제규모는 전년 대비 18% 축소되고, 물가상승률은 92만9700%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고르카 랄라구나는 트위터에 “차비스모(Chavismo·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 경제 정책)가 경제를 파괴하고 전례 없는 (경제) 취약 상황으로 몰아넣었다”고 WSJ에 말했다. 또 다른 경제학자 아스드루발 올리베로스는 “중앙은행이 사실은 모든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문제는 왜 이런 지표를 이제야 공개하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정치 혼란과 경제 위기에 빠져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과 마두로 대통령 측은 노르웨이 정부의 중재 하에서 수일 안에 정국 위기 타개를 위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