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 알려준 부동산 정책 방향… 집구하기 조건 1순위는 ‘돈’

입력 2019-05-29 17:09 수정 2019-05-29 17:24
MBC 예능프로그램 '구해줘 홈즈'. MBC 홈페이지

MBC 예능프로그램인 ‘구해줘 홈즈’는 기존 예능과는 차별화돼 있다. 구매부터 전·월세까지 집을 찾는 사람들을 대신해 방송에서 대신 집을 구해준다는 것이다. ‘리얼 발품 중개 배틀’이라는 취지에서 볼 수 있듯 방송은 출연자들이 두 개로 팀을 나눠 매수자들의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의뢰인은 두 팀이 최종 후보에 올린 두 집 중 하나를 최종 선택하면 된다. 선택된 팀의 이름으로 매수자에게 이사자금을 지원해 준다.
의뢰인 입장에선 중개수수료를 물지 않고도 이사자금까지 지원받으니 일석이조다.

특집 방송을 제외하고 지난 26일까지 총 아홉 차례 내보낸 방송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세우는 데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에 회사나 시설들이 몰려 있다 보니 정부가 아무리 교통망을 구축한다고 해도 서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면서 “구매 자금만 해결된다면 그다음은 교통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에서 의뢰자들이 내세운 1순위 조건도 ‘돈’이었다. 대출을 포함한 최대 가능 금액을 조건으로 내세우면 집 구하기에 나선 출연진들도 예산에 맞춰 매수 후보군을 정했다.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최대 가능 금액보다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선호도도 올라갔다.

다음으로 꼽는 게 ‘교통’이었다. 학교나 직장까지 1시간 내엔 도착할 수 있어야 하고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과도 가까워야 한다고 했다. 가격만 맞다면 신도시 대신 서울을 택했다.

최근 방송에선 처가 식구와 함께 살기로 한 신혼부부가 집을 구했다. 그동안 빌라나 상가주택이 나왔다면 이날 방송에선 처음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나왔다. 부동산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대단지 아파트는 각종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가격대가 비싸 그동안 해당 방송에선 단 한 번도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가격은 조건보다 저렴했고 다섯 가족이 살기에 크기도 좋았다. 그러나 신혼부부는 대단지 아파트 대신 상가 주택을 선택했다. 이유는 거리였다. 경기도 구리에서 직장까지 가는데 한 시간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강남에 직장이 있는 예비부부도 넓은 위례신도시 대신 서초동 빌라로 정했고 육아를 위해 ‘숲세권’ 주택을 선호한다는 의뢰자도 신도시인 광교가 아닌 북한산 둘레길 인근 주택을 선택했다. 두 사례자들 역시 직장과 너무 멀다며 신도시는 외면했다.
일러스트 작가 역시 거래처 사람과 만나기 용이한 홍대 인근의 집을 선택했다.

서울이 아닌 곳을 선택한 경우도 교통이 중요했다. 회사가 신도림에 있는 3남매의 경우 출연진들은 동작구나 금천구, 구로구 등을 후보군에 올렸다. 하지만 선택된 곳은 부평이었다. 이들은 부평 급행 열차만 타면 30분 만에 출퇴근할 수 있다는 점이 해결되자 설비를 봤다.

해당 방송에 출연한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도 주택을 구하는데 직장과 집의 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했다.

그는 “9년간 10번이나 이사했다”면서 “아내가 ‘구해줘 홈즈’를 보고 용인이나 이천으로 이사를 가자고 해서 힘들다”고 했다. 이어 “지방에서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시청자들도 “출퇴근 시간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왕복시간+퇴근후 피로도. 결국 시간도 돈”, “왕복 3시간을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시달리면서 보낸다면 그게 지옥”이라며 의뢰자의 결정에 모두들 공감했다.
서울에 각종 인프라와 회사들이 몰려 있다보니 서울 소재의 집을 구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3기 신도시 예정지를 발표한 뒤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을 샀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발표한 것도 교통대책이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 개선을 위해 인천 2호선과 대곡소사선을 일산까지 연장하고 서울 지하철 3호선 파주 운정 연장 사업을 조기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