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국제축구연맹(FIFA) 6월 A매치데이에서 정우영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평가전은 2022 카타르월드컵 지역 예선을 앞두고 아시아 강호들과 전력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로 꼽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둔 손흥민까지 불러들였다. 그간 벤투호에서 핵심 전력으로 평가되던 정우영의 제외에 의외라는 시선이 많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발목 통증이 있어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정체성이다. 본인 입으로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라운드에서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베스트 11에 큰 변화를 두지 않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과거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그랬다. 그에게 한 번 신뢰 받은 선수는 계속 중용되는 편이다. 정우영도 신뢰 받았던 이들 중 하나였다. 그의 출전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14번의 A매치 가운데 11경기에 나섰다. 첫 출범이었던 지난해 9월 A매치에도 발탁됐고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했다. 남미의 강호 볼리비아와 콜롬비아를 모두 꺾었던 지난 3월 A매치에도 뽑혔다.
벤투 감독이 즐겨 쓰는 대형은 4-2-3-1이다. 포백 수비를 보호할 수비형 미드필더가 두 명 나서야 한다. 그간 경기를 살펴보면 주세종과 정우영이 주로 활약했다. 지난 3월 2대 1로 승리를 거뒀던 콜롬비아전에서도 정우영은 자리를 지켰다. 시도해보지 않았던 투톱을 내세우며 4-1-3-2 대형을 가동한 가운데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정우영은 풀타임을 뛰며 승리를 이끌었다. 다만 약점도 노출했다.
당시 정우영은 후반 들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상대가 부쩍 라인을 높게 끌어올리자 계속된 압박에 고전했다. 중원 장악력이 떨어지자 상대 측면 공격수들은 적극적으로 전진을 시작했고, 이에 따라 좌우 풀백들의 움직임은 제한됐다. 전방 투톱 공격수는 볼을 배급받지 못하며 중원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정우영의 부진이 불러온 연쇄적인 결과였다. 정우영은 경기가 끝난 뒤 “원 볼란치가 익숙했던 포지션이 아니었다”며 고전한 이유를 밝혔다.
벤투 감독이 지난 3월에 이어 4-3-2-1이 아닌 4-1-3-2 대형을 계속해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손흥민의 물오른 결정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투톱 공격수로 나서며 벤투호 첫 득점을 터뜨렸다. 공격 재능과 활동량을 갖춘 3명의 미드필더를 전진시키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구사하는 4-1-3-2 대형에서 수비적인 뒷감당을 버텨내 줄 ‘1’라인의 역할은 막중하다. 수비적인 안정감이 있으며 편안한 미드필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주세종이 적격이다. 기존의 원톱 시스템으로 회귀한다면 백승호 혹은 이진현이 주세종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다.
벤투호 출범 이후 첫 휴식을 취하게 됐지만, 정우영은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언제든 다시 뽑아 들 수 있다. 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벤투 감독이 들고 나올 전술적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