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추천이죠” 영천휴게소 제네시스 부녀 사연

입력 2019-05-30 00:05
한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버스를 놓치고 발을 동동 구르던 청각장애인을 도와 다음 휴게소에서 일행과 만나게 해준 부녀의 사연이 인터넷을 훈훈하게 데우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제대로 감사인사를 전하지 못했다는 청각장애인의 글이 널리 퍼져 부녀가 볼 수 있게 하자면서 마구 추천을 누르고 있습니다.

선행해서 예쁘니까 멋지게 나온 사진으로. 제네시스 G90. 국민일보DB

감동 사연은 A씨가 28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영천휴게소 제네시스 부녀 감사드려요’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올리면서 알려졌습니다.

A씨는 26일 야유회로 정동진을 갔다가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영천휴게소에서 버스를 놓쳤다고 했습니다. 도착지에 맞춰 버스 3대로 다시 정리해 타는 과정에서 버스를 타지 못했다고 합니다.

A씨는 “2호차에서 내려서 1호차에 짐을 실어놓고 기다리는데 3호차가 아직 오지 않아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그 사이에 차가 떠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비장애인이라면 휴대전화로 버스 안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 됐겠지요. 하지만 A씨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청각장애가 있어 전화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긴박한 상황에서 문자를 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군요.

A씨는 “버스가 휴게소를 완전히 나가자 큰 걱정이 밀려왔다”면서 “휴게소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또 어떻게 출근해야할지 등이 걱정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제네시스를 탄 부녀가 등장했습니다. A씨가 버스 뒤를 따라 뛰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모양입니다.

A씨는 “처음엔 부녀분이 질문을 하길래 혼란스러웠다”면서 “제가 청각장애가 있어 잘 못 듣는다고 하니 따님되는 분이 차 놓친 거 도와주신다는 문자를 보여주셨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일이 술술 풀렸습니다. 제네시스 아버지는 A씨에게서 친구들 전화번호를 받아 전화를 걸었고 다음 휴게소인 청통휴게소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A씨는 부녀의 제네시스 차를 타고 청통휴게소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는군요.

A씨는 “친구들은 인신매매 안 당해 다행이라고 놀리지만 제가 이런 일을 당하니 너무나 아뜩했다”면서 “먼 길 태워주고 무사히 대구에 도착할 수 있게 해주신 제네시스 부녀분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린다”고 적었습니다.

선행해서 예쁘니까 예쁘게 나온 사진으로.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 럭셔리 세단 EQ900. 국민일보DB

A씨는 나중에 인사를 드리려고 차량 번호판을 적어두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공개하면 불쾌해할 수도 있다고 여겨 보배드림에 감사글을 올리기로 했다는군요.

그는 “혹시라도 부녀분이 글을 읽어보시고 감사한 마음을 받아주시면 저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어 주신 두 분의 앞날에 무한한 행복을 기원한다”고 바랐습니다.

보배드림 회원들은 A씨의 사연이 널리 퍼져야 한다며 연달아 추천을 누르고 있습니다. 그래야 제네시스 부녀가 글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하루만에 추천수가 2000이 넘었네요.

“많은 분들 보시라고 추천요”

“그래도 아직은 세상이 따뜻하네요~ ^^ 추천”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제네니스 부녀분을 우리가 찾아냅시다!”

“글쓴이 도와주신 분, 복 받으실 겁니다”

“요즘 세상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데. 먼저 나서서 도와주시다니 멋있는 부녀네요.”

A씨는 국민일보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했습니다. 그는 쪽지를 통해 “감사인사를 드리려고 글을 올렸을 뿐인데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셔서 얼떨떨하다”면서 “혹시나 제네시스 부녀분과 연결이 되면 연락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제네시스 부녀분~ 기사 보시면 요 아래 이메일로 연락 바랍니다. 어떻게 그렇게 좋은 일을 하셨는지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