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미 ‘희토류 무기화’ 초읽기…정부와 관영 매체들 일제히 ‘희토류 수출 중단’ 가능성 경고

입력 2019-05-29 12:41
신화뉴시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자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실전에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희토류 무기화를 경고하자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나서 희토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중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인 희토류는 현대 첨단 과학기술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할 경우 미국은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29일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서 수출한 희토류로 만든 상품을 이용해 오히려 중국 발전을 저지하고 압박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들은 불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 국가로서 중국은 개방, 협조, 공유의 방침에 따라 희토류 산업 발전을 추진해왔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중국은 자국의 희토류를 미국으로 수출해 현지 반도체나 첨단 장비 제조 산업 등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역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희토류 자원의 국내 수요를 우선시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희토류 자원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정당한 수요를 만족시킬 용의가 있다”면서 “중미 양국은 산업 사슬이 고도로 융합돼 상호 보완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 모두 다친다.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트위터에 “내가 알기로는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은 또 다른 보복 조치들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은 중국의 반격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논평에서 “미국이 극한 압박을 멈추지 않으면서 중국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면서 “해외 언론들은 중국이 희토류 시장의 주도적인 지위를 이용해 미국에 반격을 가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고 언급했다.

신문은 “중국은 세계 1위 희토류 생산 대국이자 최대 희토류 공급국인 반면 많은 선진국은 희토류 수요 대국”이라며 “미국의 전자 및 군사 제품 등 많은 분야가 중국의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환구시보도 이날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카드를 생각해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중국에 계속 압박을 가한다면 중국이 희토류라는 무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중국이 대미 희토류 공급을 차단하면 복잡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중국의 손실도 있겠지만 미국에 대한 타격은 분명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희토류 광산이 있지만 이를 채굴하고 완전한 산업사슬을 갖추는데 몇 년이 걸리는데, 현재 미국의 희토류 비축량은 몇 개월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상무부 연구원 출신인 진바이쑹은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희토류가 군사용과 민간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자원이라면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의 안보 예외 원칙을 활용해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 장시(江西)성 간저우의 희토류 생산업체를 시찰하면서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며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0년 동중국해에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갈등이 격화됐을 때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사용한 바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