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흉악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범인은 자이니치(犯人は在日)’라는 식의 한국인을 겨냥한 악성 루머가 횡행하는데도 이를 처벌하거나 제어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일본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 ‘리테라’는 28일 가와사키 초등학생 살상 사건 이후 ‘범인은 자이니치’라는 근거 없는 루머가 횡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범인이 누구인지는 물론 범행 동기와 피해 전모조차 자세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익을 중심으로 자이니치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근거 없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범인이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것은 자이니치이기 때문’이라거나 ‘가와사키라면 또 자이니치 범죄인가’ ‘가와사키는 자이니치 범죄가 많은 곳. 범인은 자이니치일 수 있다’ ‘가와사키인가. 자이니치일 가능성. 다문화 정책을 추진한 끝에 이런 참극이 다반사인 국가가 됐군요. 유럽처럼’ ‘가와사키 살상 사건은 자이니치 혹은 재일 한국인 소행일 것이다’ 등의 억측이 이어졌다고 매체는 소개했다.
리테라는 이 같은 주장은 모두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가와사키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이니치를 범죄자로 단정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서 “가와사키에 자이니치가 많다고 해도 재일 외국인 범죄보다 일본인의 범죄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범죄든 국적이나 민족, 출신 등의 특성을 일괄해 악성 딱지를 붙이는 것은 차별적 선동이며 헤이트 스피치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우익들은 흉악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자이니치 소행이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리테라에 따르면 2016년 7월 사가현 장애인 시설에서 발생한 대량 살인 사건에서도 우익들이 ‘범인은 자이니치’라고 주장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은 물론 2016년 4월 구마모토 지진 이후에도 인터넷에는 자이니치를 대상으로 하는 악성 루머가 확산됐다. 심지어 ‘지진 혼란을 틈 타 자이니치가 열차를 탈선시켰다’거나 ‘자이니치들이 중요 문화재를 약탈하려고 한다’는 식의 거짓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졌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악성 유언비어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지진 이후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을 통과시키고 차별적 언동을 불허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벌칙 조항이 따로 없는데다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정의나 예시가 부족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