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만찬 회동에 동석한 중견 언론인 MBC 김현경 기자가 회동에 대한 추측과 의혹이 난무해진 상황이 당혹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그날의 상황을 자세하게 전했다. 동시에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총선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워싱턴의 한 학회에 참석한 동안 소동이 있었다. 여기저기 전화가 빗발쳐 페북에 입장을 올린다”고 운을 뗀 뒤 “지난 21일 서 원장과 양 원장이 만난 자리에 나도 함께했다”고 밝혔다.
“서 원장을 한 번 보기로 했는데 양 원장과 함께 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합류하게 됐다”고 한 김 기자는 “이 자리는 양 원장의 귀국 인사를 겸한 지인들의 만남 자리였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소회 등에 대해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이어 “서 원장은 이미 단행된 국정원 개혁에 대해 말했다. 국내 조직을 없애다 보니 원장이 할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라며 “국내외 씽크탱크, 전문가, 언론인, 여야 정치인 등과 소통을 원장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한반도 정세와 오래전 개인적인 인연 등에 대해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한참 갔다”고 한 김 기자는 “저녁 식사가 끝난 뒤 함께 식당 마당에서 인사를 나눴다. 나는 식당 마당에 주차돼 있던 내 차에 바로 올랐고 차를 가져오지 않은 양 원장은 대문 밖에서 서 원장을 배웅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총선 관련 이야기가 오갔느냐’는 것인데 총선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힌 김 기자는 “그 자리에선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서 원장이 민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두 만남을 하나로 모은 것 같다. 보통 나는 북한 전문가나 언론인 그룹 모임에 함께 하는데 말이다”라고 추측했다.
“누구와 누가 만난다는 사실 만으로 이런 소동이 발생하게 된 데 대해, 내가 이런 입장문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된 데 대해 상당히 당혹스럽다”고 한 김 기자는 “한편으로는 내가 그 자리에 있어 그날의 상황을 밝힐 수 있게 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비공개 회동은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21일 저녁 서울 강남구 한 한정식 식당에서 만나 4시간가량 회동했다. 양 원장은 “국정원 원장과 몰래 만날 이유도 없지만 남들 눈을 피해 비밀회동을 하려고 했으면 강남의 식당에서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선거나 정치 얘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당은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 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과 정책 수립 등을 총괄하는 ‘민주연구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만남이라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은 28일 “부정선거 공작용 만남, 신(新)북풍”이라고 규정하고 국정원을 항의 방문했다. 또 서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바른미래당도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비를 자초한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고 정의당도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만남이자 촛불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1986년 MBC에 아나운서로 입사한 김 기자는 기자로 전직한 뒤 주로 통일 분야를 취재해 왔다. 북한학 박사이기도 한 그는 현재 MBC 통일방송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