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인터뷰②] 김준영·김무진·박권혁

입력 2019-05-29 10:00 수정 2019-05-29 10:00
한화생명e스포츠 인터뷰의 두 번째 주인공은 김준영, 김무진, 박권혁이다. 올해 새롭게 한화생명에 합류한 이들을 지난 4월 말 일산의 한 심리상담 센터에서 만났다. 이들은 언제부터 프로게이머를 꿈꿨고, 지난 시즌은 어떤 의미였으며, 앞으로 어떤 삶을 그리고 있을까. 세 청년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김준영 “늘 하던 것보다 잘해야죠”

‘소환’ 김준영은 경상남도 김해 출신이다. 인상은 서글서글하고 몸매는 호리호리하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건 2015년 겨울, KeSPA컵에서 진에어 그린윙스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을 때다.

그는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LoL에 재미를 붙이자 더 잘하고 싶어졌다. 실제로 금방 실력이 늘었다. 고등학생 때 진에어 입단 테스트에 합격했다. 자신의 족적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아직 성적이 잘 나온 적이 없었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 스프링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팀 성적이 성에 차지 않았고, 개인 출전 기회도 부족했다. 김준영은 “간절하지 않았던 거 같다. 남들보다 열심히 안 했던 것 같기도 하다”며 “이번 시즌은 유독 다른 시즌보다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은퇴 후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 김준영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다. “군대 갈 때쯤이 되면 은퇴 후에 뭘 할지 떠오르지 않을까요.” 당장 그는 프로게이머 역할에 집중하고 싶다.

‘소환’이 아닌 김준영으로서의 목표는 행복한 삶이다. 그는 “저에게 맞는 취미를 찾고, 그걸 재밌게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아직 그 취미를 찾지는 못했다. 헬스장에도 다녀보고, 박권혁을 따라서 클라이밍에도 도전해봤다. 몸 쓰는 걸 좋아하는 그는 무에타이 체육관에도 다녀봤지만, 딱 맞는 취미는 없었다.

“지금은 게임 외의 관심사가 취미 찾기예요. 쉬는 날에도 할 게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휴가 때도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게임만 했는데, 지금은 공허하니까 뭐라도 하고 싶어요. 작년 휴가 때부터 취미를 찾고 있어요.”

올여름 목표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 더 잘하는 선수로 발전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박권혁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김준영은 “늘 해오던 것과는 다르게 더 잘해야 한다”며 “저는 탑라이너인 만큼 탑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 열심히 영상을 보며 발전할 방법을 찾겠다”고 서머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김무진 “작년에 롤드컵에서 부족했던 걸 만회하고 싶어요”

‘무진’ 김무진도 김준영처럼 다음 시즌 출전 기회를 늘리는 게 목표다. 개인 솔로 랭크 점수를 높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더 나아가 다시 한 번 국제 대회인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나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무진은 2016년 ‘LoL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의 다크 울브스에서 처음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다. 챌린저스 생활은 짧았다. 2017년 박권혁과 함께 유럽 2부 리그의 레드불에 입단했다.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키는 데에는 실패했고, 그렇게 대만으로 향했다.

김무진은 지난해 플래시 울브스 소속으로 롤드컵에 나갔다. 지난 몇 년 동안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던 플래시 울브스지만, ‘2018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4강에 올랐던 만큼 팀 안팎으로 기대하는 바가 컸다. 그러나 결국 똑같이 16강에서 떨어졌다. 그때 팀원들이 많이 울었다고 김무진은 전했다.

지난 오프시즌, 김무진은 한화생명에 입단했다. 그는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했다. 저번 롤드컵이 끝난 뒤 문득 국내 무대로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나 기타 환경 문제도 있었지만, 자국에서 게임 내 소통이 아무래도 더 편할 것 같았다.

국내에서의 첫 시즌은 부족한 게 많았다. 우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팀은 플레이오프권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스스로를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움이 많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경기에 많이 나오지 못했고, 솔로 랭크 점수도 기대만큼 올리지 못했다. 그는 실력과 솔로 랭크 점수가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휴가 때도 솔로 랭크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김무진은 20대 중반까지 프로게이머로 살아갈 계획이다. 한국 나이로 치면 25~26세까지다. 이후에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다른 것에 도전하고 싶다. 그는 “프로게이머가 좋지만, 이 생활을 하면서 못 해본 게 많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는 개인방송인이 되고자 하는 생각도 있다.


박권혁 “특출하게 잘하는 점이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박권혁은 어렸을 때부터 프로게이머를 꿈꿨다. 예전에는 스타크래프트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래더 점수 1800점대를 찍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LoL을 접했다. 1년 뒤 솔로 랭크 점수가 수직상승하면서 LoL 프로 데뷔를 바라보게 됐다.

처음에는 어디든 가고 싶었다. 해외에서 오퍼가 와 덥석 물었다. 같은 한국인 친구(김무진)가 있어 적응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팀이 1부 리그로 승격했다면 유럽 무대에 남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7년 겨울, LoL 커뮤니티에서 SK텔레콤 T1 선수 모집 공고를 봤다. 그렇게 LCK 데뷔전을 치렀다.

처음 겪어본 한국 무대는 살벌했다. 자신으로서도 만족할 만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작년을 ‘실수’라고 표현했다. 한화생명 입단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박권혁은 “실수를 바로잡고 싶어 한 번 더 국내 무대에서 뛰고 싶었다”고 답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단단한 탑라이너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1라운드를 잘해나갔으나, 2라운드 성적이 좋지 못했다. 중간에 슬럼프가 왔다”고 지난 시즌을 회상했다. 이제 ‘다른 선수들보다 더 특출하게 잘하는 점이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게 목표다. 라인전도, 팀 파이트도 잘하는 그런 선수를 지향한다.

현재 박권혁은 스스로를 “반 이상은 하는 선수”로 평가했다. 어느 부분에서든 절반 이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점은 시야가 넓고, 순간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보완하고 싶은 점도 있다.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플레이가 나왔으면 한다.

요즘 박권혁의 취미는 운동이다. 관심사도 운동이다. 유럽에서 생활하며 시작한 게 재미가 붙었다. 지금은 헬스를 비롯해 클라이밍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 프로게이머는 “어떻게든 끌고 가서 마지막까지 할 계획”이다. 당연히 입대 문제는 최대한 미루려 한다.

은퇴 이후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그는 농담 반, 진담 반 말한다. 아르바이트나, 건설현장에서의 육체노동 등 젊은 나이에 프로게이머가 돼 해보지 못한 일들도 해보고 싶다. “50년 뒤에는 영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200살까지 살아보고 싶고, 죽기 전에 우주에 나가보고 싶어요.”

그는 “나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벌어놓고 나중에 (진로를)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원래 지금쯤 건물을 세우려고 했는데, 삶이라는 게 계획대로 안 되더라”라며 웃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