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했지만 저희는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저희가 들어간다고 해서 의미가 있겠습니까.”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복지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등재를 한 것을 두고 복지부가 WHO에서 적극적인 지지발언을 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민·관 협의체를 만들어 개선 작업에 나선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임 산업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같은 의견을 내고 협의체 불참 의견을 냈다.
대립이 심화되자 결국 이낙연 총리가 나섰다. 국무조정실이 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를 두고 관련 부처와 단체 간 엇박자가 노출되자 이견 조율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부여와 관련,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복지부, 문체부 차관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회의 참석자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준비시간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키로 했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복지부와 문체부 등 관계부처, 게임업계, 의료계, 관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이 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지난 주말 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을 확정했다”면서 “그에 따라 국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관계부처들은 향후 대응을 놓고 조정되지도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날 발언은 WHO 결정에 대한 채택 여부를 두고 정부 내에서 문체부와 복지부가 다른 의견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풀이된다.
WHO가 게임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분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복지부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지만 문체부는 보건당국 주도의 민관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총리는 “체계적 조사와 연구를 통해 게임이용장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은 기대된다”면서도 “게임이용자에 대한 부정적 낙인과 국내외 규제로 게임산업을 위축시킨다는 것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 총리는 “ICD 개정안은 즉각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치게 된다”면서 “각국은 국내 절차를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설령 도입을 결정한다고 해도 2026년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표준질병분류(KCD)는 통계청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5년마다 개정한다. WHO 권고는 2022년 1월 발효되기 때문에 국내 도입을 위한 KCD 개정은 2025년에나 가능하다. 실제 시행은 2026년이다.
이 총리는 “우리는 몇 년에 걸쳐 각계가 참여하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도 게임 관계자들은 국무조정실이 움직여 줄 것을 요청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복지부나 문체부처럼 유관 부처가 주관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