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녹색당이 사고 쳤다” 새로운 유럽 통합 이끌까?

입력 2019-05-28 17:18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시위에서 한 소녀가 피켓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올해 유럽의회 선거의 화두는 단연 ‘녹색당 돌풍’이었다. 그동안 비주류로 여겨졌던 유럽 내 녹색당 계열은 선거 결과 전체 의석 중 10% 가량을 차지하며 단숨에 유럽 정치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녹색당이 난민 위기와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으로 분열 위기에 놓인 유럽연합(EU)을 새로운 형태의 통합으로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녹색당은 23~26일(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 주요국 대부분에서 선전을 거뒀다. 독일에선 동맹 90·녹색당이 득표율 20%로 2위에 올랐다. 프랑스의 경우 녹색당 계열 EELV가 13%를 얻으며 3위를 획득했다.

영국의 녹색당과 스웨덴 녹색당은 각국에서 모두 11%를 얻으며 4위를 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아일랜드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서도 녹색당은 눈에 띄게 약진했다. 안나레나 바에르보크 독일 녹색당 대표는 “이번 선거는 말 그대로 기후변화 선거였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은 젊은 층 마음을 사로잡으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독일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디맵에 따르면 주로 대도시에 거주하는 20~30대 청년층이 녹색당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르게이 라고딘스키 동맹 90·녹색당 의원은 “청년들이 다시 정치 참여를 시작했다”며 “젊은이들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취급됐지만, 그들은 이제 (투표를 통해) 부모세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스카 켈러 독일 녹색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AP뉴시스

최근 유럽 국가에서 기후변화 시위가 열리는 등 환경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커진 분위기도 선거 결과에 반영됐다. 지난 24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110여개국에선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 시위는 지난해 8월 스웨덴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이후로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럽 청소년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고 불리는 기후변화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라고딘스키 의원은 “환경 문제가 주요 어젠다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녹색당 계열 정당들은 유럽 28개국이 20세기 중반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 경제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도 탈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유럽 국가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의 ‘녹색 열풍’이 유럽 통합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녹색당은 극우 정당들의 반(反)이민 정책에도 반대하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은 일찍이 녹색당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독일을위한대안(AfD) 공동대표는 녹색당을 겨냥해 “우리의 주적”이라고 선언했다. 가울란트 대표는 또 “기후변화는 인간이 초래한 게 아니다. 녹색당은 독일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WP는 “국가 이익보다 유럽 전체의 협력을 요구하는 녹색당의 정책은 일부 포퓰리스트들의 분노를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