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난민촌 찾은 정우성 “우리도 난민이었다”

입력 2019-05-28 17:05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정우성씨가 “우리도 6·25 전쟁(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한때 실향민이고 난민이던 때가 있었다”며 “이 때 유엔이나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전 세계 난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정씨는 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정학적으로 1000번 넘게 침략당한 나라였고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결코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지만 역사가 반복됐을 때 다른 나라에서 당연히 대한민국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시민의식과 국가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난민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며 공존하고 연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 홍보대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 난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 그는 “엄마나 청년으로서 느끼는 불안감과 우려를 존중한다”며 “낯선 이방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온 거부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는 조직적으로 혐오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배우로서 사회적 갈등 양상이 짙은 난민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배우 이전에 시민이고 국민”이라며 “배우라서 사회적 공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로힝야 난민을 직접 만났다. 이들은 2017년 8월 미얀마 리카인주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피해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돌아갈 땅이 없는 특히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집단이다. 이들이 머무는 방글라데시의 쿠투팔롱 난민촌은 70만명이 넘는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난민촌으로 꼽힌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처참하고 불행한 난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로힝야 난민 아이들은 사실상 교육이라는 희망의 끈이 끊긴 상태”라며 “로힝야 난민들도 이 부분을 가장 걱정한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부모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은 로힝야 난민들이 방글라데시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며 잘 지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금 상태가 이어질 순 없다”며 “대한민국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우리 모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