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미 정상은 비화기(祕話機) 사용…통화 내용 유출 납득할 수 없어”

입력 2019-05-28 16:55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고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누설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참석해 이번 사건 과정과 후속 조치에 대해 보고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 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참석했다.

이해찬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강 의원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한미 정상의 신뢰를 훼손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정쟁 도구로 삼았다”며 “한국당이 (강 의원을) 비호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는 것을 보면 개인의 일탈이 아닌 제1야당이 관여한 행위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수혁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 정상 통화는 비화기(祕話機)를 통해서 하는 것”이라며 “해킹이나 도청이 안 되는, 보안이 그만큼 철저한 통화 내용을 유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비화기는 도청 등을 피하기 위해 일반 음성 신호를 음어(陰語)로 변환해주는 특수 장치다. 현재 남북 간 설치된 ‘핫라인’도 비화기다.

이 의원은 또 통화 내용이 상급 비밀로 지정된 점을 들어 “상급 비밀이라는 형식이 내용 전체를 규정한다”며 “통화 내용 중 어떤 내용은 비밀이 아니고, 어떤 것은 비밀이 아니라는 분류를 멋대로 할 수 없다. 그냥 그 전체가 모두 비밀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도 “외교부 1차관이나 국방부 차관도 지금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에 인식을 같이 하고,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날 보안심사위원회를 열어 K 참사관을 포함해 관련 직원 3명의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K 참사관 외에도 보안업무 규정을 위반한 2명도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기밀 문서를 출력해 권한이 없는 K 참사관에게 준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