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못한다고 공부하겠나” vs “중독 아들, 엄마 때리기도”

입력 2019-05-28 16:18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결정을 놓고 찬반양론이 격돌하고 있다.

찬성 측은 “게임사용에 자제가 안 되는 일부 취약군이 있다는 걸 WHO가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과학적인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동의 권리를 박탈했다”며 질병코드 분류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신의진 연세대 교수와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뉴시스

신의진 연세대학교 소아정신과 교수는 28일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일각에서는 게임을 왜 중독물질로 규정하느냐고 주장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알코올중독 장애도 다양한 요인이 있듯이 게임 중독에도 다양한 소인이 있다. 그런 것을 다 고려해 ‘게임이용장애’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을 많이 치료했다. 그런데 병원을 찾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심지어 아들이 휘두른 야구방망이에 맞아서 뼈가 부러진 어머님들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일반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WHO에 항의하겠지만 많은 학자가 동의한 걸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만 ‘질병이 아니다’라고 했을 때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한국 게임의 수입을 안 할 수도 있다”면서 “정부가 게임의 부작용을 잘 막아준다면 오히려 산업이 진흥되고 게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강권을 수호하는 의사 및 보건복지부의 목소리와 게임산업이 진흥되기를 바라는 문화부 및 관련 업계 목소리가 통합돼서 갈등을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국민일보 DB


반면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은 27일 YTN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별로 없는 요즘 아이들이 남는 시간을 쪼개 게임을 하는 것까지 질병이라고 규제하는 건 무리”라면서 “만약 게임을 하지 말라고 했을 때 공부를 하겠는가. 또 다른 도피처를 찾고 더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도서관은 게임중독이 의심됐던 아이들이 자연적으로 치유됐다는 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팀의 연구 논문을 근거로 내세우며 “자기가 중요하게 느끼는 일에 충분히 빠져있을 수 있고 공부가 아니라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다. 스스로 재미난 일을 찾거나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에서 멀어진다”고 주장했다.

pc방 전경. 국민일보 DB

이어 “2018년 한류 콘텐츠 수출 현황의 거의 60%가 게임 콘텐츠다. 우리나라는 이런 수익을 더 올려야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많은 제재로 인해 성장력이 떨어졌다. 당장 오늘만 하더라도 여러 게임회사의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WHO의 결정을 따르면 산업이 더 침체된다”고 우려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