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은퇴못한 1970년대생’ 임창용 이어 박한이까지

입력 2019-05-28 16:01

2013년 미네소타 트윈스 홈구장.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마운드에 올랐다. 미네소타 구단은 부러진 배트로 만든 흔들의자를 선물했다. 리베라의 주무기인 컷 패스트볼에 배트가 자주 부러진 것에 착안했다.

2014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홈구장에선 양키스 유격수 데릭 지터가 타석에 들어서자,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레전드급 선수들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은퇴 문화다.

KBO리그에서도 ‘국민타자’ 이승엽이 2017년 은퇴 투어를 가진 바 있다. 그러나 더 이상 1970년대생들을 위한 아름다운 은퇴는 없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베테랑 투수인 1976년생 임창용을 방출시켰다. 그리고 임창용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김기태 당시 감독과 구단을 공격하는 발언으로 스스로 구설수를 자초했다.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1976년생 박정진은 지난해 구단에 방출을 요청한 뒤 새 팀을 찾아 나섰지만, 구하지 못한 채 소리소문없이 은퇴했다.

그리고 박한이다. 1979년생이다. 올 시즌 등록된 KBO리그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러나 그의 야구 인생은 통산 2127경기 출장에서 멈춰섰다. 2174안타, 16년 연속 세자릿 수 안타 대기록도 빛이 바래졌다. 은퇴 투어에 이은 영구 결번 등 아름다운 은퇴는 불가능해졌다. 그가 스스로 택한 음주 운전이 빚은 불명예 은퇴다.

1979년생인 LG 트윈스 박용택만이 남았다. 올 시즌 타율은 0.233으로 극히 저조하다. 매년 3할 이상을 때려내던 최다 안타왕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2군으로 내려갔다. 박용택이 화려하게 복귀해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KBO리그 마지막 1970년대생들의 아름다운 은퇴는 자의든, 타의로든 쉽지 않아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