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해상자위대 호위함 ‘가가(かが)’ 선상에 올랐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에 승선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가는 태평양전쟁의 시발점인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참여했던 항공모함에서 이름을 물려받은 군함이기도 하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전용 헬기 ‘마린 원’을 타고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한 가가에 착륙했다. 교도통신은 미국 대통령이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에 승선한 기록이 없어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먼저 도착해 대기하던 아베 총리와 아키에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영접한 뒤 함께 갑판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 두 정상은 격납고로 이동해 미 해군 장병과 일본 해상자위대원 500여명을 앞에 두고 연설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아베 총리는 “일·미 양국 정상이 자위대와 미 해군 장병을 격려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일·미동맹은 나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F-35 전투기를 구입함으로써 동맹국 중 F-35를 가장 많이 보유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이 가가도 F-35를 탑재 가능토록 개조함으로써 지역을 넘어 양국이 직면하는 다양한 위협을 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방문한 가가는 길이가 248m로, 호위함 ‘이즈모’와 함께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 중에서 크기가 가장 크다. 현재는 헬기 위주로 운용하고 있지만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이즈모와 함께 항공모함으로 개조될 예정이다. 방위성은 두 함선에서 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F-35B 42대를 구입할 계획이다.
일본이 항모를 보유하는 것은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가가는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당시 폭격기를 날려 보낸 항공모함에서 이름을 따온 함선이다. 1932년 만주사변 당시 상하이를 폭격하기도 했다. 때문에 중국은 해상자위대가 새 호위함에 가가라는 이름을 부여하자 격렬히 반발했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해 가가와 이즈모를 항모가 아닌 호위함으로 분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가에 이어 미 해군 소속 강습상륙함 ‘와스프’에 승선해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한 뒤 하네다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