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사참사’ 논란 조현옥 인사수석 교체

입력 2019-05-28 15:00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조현옥(사진) 청와대 인사수석을 교체했다. 후임에는 김외숙 현 법제처장이 임명됐다. 조 수석은 이날 춘추관을 찾아 자신의 인사를 직접 발표했다. 청와대가 조 수석 교체가 잇따른 인사참사의 책임을 묻는 형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청와대 인사수석 자리를 맡았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내며 인사업무를 담당했다. 여성정책연구원과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등을 거친 여성정책 전문가라는 점을 인정 받았다. 평소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주장해온 점도 수석 인선에 고려됐다고 한다.

조 수석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병역면탈·부동산 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인사의 고위공직 배제 등 5대 인사 원칙을 내놨다. 이 원칙은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지명된 이낙연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위장전입 사례가 드러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사 논란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불거졌다. 문재인정부 첫 고위공직자 낙마 사례다. 안 후보자는 교제하던 여성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은 기록 등이 논란이 되자 2017년 6월 사퇴했다. 이어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허위 해명으로 같은 해 7월 물러났다.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연루 의혹 등으로 자진사퇴했다. 창조과학회 활동, 뉴라이트 역사관 등으로 논란을 겪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청문보고서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 사퇴했다.

김외숙 신임 청와대 인사수석. 청와대 제공

조 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라인은 고위공직자들의 낙마가 이어지자 2017년 11월 기존 5대 기준에 성(性) 관련 범죄와 음주운전 적발을 포함한 ‘7대 인사검증 기준’을 새롭게 내놨다. 그러나 2018년 4월 임명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 등으로 취임한 지 15일 만에 물러나는 등 인사 참사가 계속됐다.

올 들어서도 최정호·조동호 장관 후보자 낙마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고액 주식 보유 논란 등으로 청와대 인사검증라인 책임론이 거셌다. 청와대는 이미선 후보자의 주식 취득 과정이 인사 배제 7대 원칙 가운데 하나인 ‘불법적 재산증식’에 위배되지 않아 검증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야권의 공세에 밀려 조 수석을 문책할 경우 국정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조현옥-조국 라인을 유임하는 대신 검증 시스템 개편을 발표하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그만큼 청와대는 정부 내 균형 인사를 담당하는 유일한 여성 수석이라는 이유를 들어 조 수석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여왔다.

조 수석의 교체로 현 정부 최장수 수석의 자리는 조국 수석에게 돌아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개입 의혹으로 청와대를 떠난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에 이어 총선 출마를 위해 곧 사표를 낼 것으로 알려진 김봉준 인사비서관까지 교체되면 인사수석실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스타일도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