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최영함의 홋줄이 끊어지는 사고로 순직한 고(故) 최종근(22) 하사를 조롱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된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를 향한 비판이 가열되고 있다. 2016년 1월에 개설된 워마드는 여성우월주의와 남성 혐오를 내세우면서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를 미러링하는 커뮤니티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태경 의원과 제가 워마드 척결에 나섰던 이유와 (워마드가 사라져야 하는)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한동안 맹공해서 잠잠하더니 또 시작”이라며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남녀는 적대 관계가 아니며 적대적으로 분리될 수도 없다. 사이트 폐쇄 요건을 통해 워마드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비판의 화살이 워마드에만 꽂힌다는 주장도 있다. 순직한 최 하사를 조롱한 워마드는 분명 잘못했지만 일간베스트의 여혐 행태도 함께 지적해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28일 YTN 방송에 출연해 “익명성 뒤에서 인신공격하고 비방하는 댓글을 달면서 커뮤니티 사람들이 일종의 비틀어진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최 하사에게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면서도 “혐오주의를 통해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해주려고 하는 취지도 있어서 단순히 명예훼손이라고만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간베스트와 워마드 양쪽이 사이버 공간상에서 남혐과 여혐 분위기를 조성하며 보이지 않게 분쟁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이트들을) 어떻게 계도할 수 있을지 총체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워마드가 순직한 최 하사를 조롱했다는 논란은 지난 25일 올라온 한 게시물에서 촉발됐다. ‘어제 재기한 고기방패’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한 네티즌은 “볼 때마다 웃기노. 나만 볼 수 없노”라는 인신공격성 내용을 적었다. 글에는 최 하사의 영정사진이 함께 올라갔다. 워마드 사이트에서 ‘재기’는 극단적인 선택을 뜻하고, ‘고기방패’는 군인을 비하하는 은어다.
27일에는 “요새 군대 해군에서 사고도 많이 일어나고 다치는 놈들도 많고 사고로 죽은 놈들도 많다는 것을 뻔히 알 텐데 남자가 조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며 “죽은 해군도 잘한 거 없다. 요즘 얼마나 세상이 흉흉한데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챙겼어야 한다. 남자가 그런 일을 당하는 이유가 뭐냐”는 글도 올라왔다.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비난을 뒤집은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김모(24)씨는 “고기방패, 재기 같은 단어나 ‘죽은 해군도 잘한 거 없다’는 글의 의도가 미러링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번 사건에서 워마드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비판했다.
해군본부 정훈공보실장은 이날 해군 공식 페이스북에 “차마 입에 담기도 참담한 비하 글이 게시돼 고인과 해군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해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