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십명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모 제약회사 대표 아들 이모(34)씨가 첫 재판에서 피해자 중 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씨 측은 “영상을 유포한 적은 없다”며 오랜 지인이자 피해자인 B씨가 이씨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 6단독 안은진 판사는 27일 성폭력특별법상 비동의 촬영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씨 측은 이날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씨 변호인은 “이씨가 범행 사실을 모두 시인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다만 문제 된 영상을 유포한 바는 없다. 대부분 이씨의 잘못된 성적 의식이 깊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이씨와 10년 가까이 알아 온 피해자”라며 B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어 “피해자들과 합의를 진행 중이며 합의가 어려울 경우 공탁을 하는 방향으로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법정에 나온 이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 재판을 위해 총 8명의 변호인을 선임했으며, 이날 법정에는 변호인 4명만 출석했다.
이씨는 자택 침실, 화장실, 전등 등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뒤 2013년부터 지난 3월까지 여성 34명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의 범행은 전 여자친구가 지난 3월 10일 서울성동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전 여자친구는 이씨의 컴퓨터에서 불법 촬영물을 발견했고, 자신의 피해 사실도 확인하면서 고소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범행이 들통난 뒤 “전 여자친구들의 신체나 성관계 모습을 찍어 저장해뒀고, 자취 생활을 하면서 취미 삼아 보려고 했다”는 취지의 변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재판에서 “(이씨의) 하드디스크에 대한 포렌식 검사가 아직 나오지 않아 추가 기소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