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품위손상 아닌 범죄’ 죄의식 부족…무관용 원칙 필요

입력 2019-05-28 10:12 수정 2019-05-28 10:18

삼성 라이온즈의 상징이었던 박한이(40)가 음주 운전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27일 오전 자녀 등교를 위해 운전을 하다 접촉 사고를 냈다.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65%였다. 면허정지 처분 대상이다. 전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잠을 자고 나면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사고가 불러온 참사다.

그러면서 박한이는 2127경기 출장, 2174안타, 2001년부터 2016년까지 16년 연속 100안타 등 수많은 금자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리고 아름다운 은퇴식, 영구 결번, 지도자 생활 등도 함께 잃어버렸다.

이전에도 있었다. LG 트윈스 윤대영(25)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중도 귀국한 뒤 홧김에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신호 대기 중 잠든 사이 경찰에 적발됐다. LG는 즉각 임의탈퇴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달 SK 와이번스 강승호(25)도 음주 운전을 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결과는 임의탈퇴 처분이었다.

그런데 KBO는 윤대영에겐 50경기 출장정지, 강승호에겐 9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구단 징계보다 미약했다.

두 선수는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을까. 있다. 구단이 1년 뒤 임의탈퇴 처분을 풀고, KBO 징계를 소화하면 가능하다. LG 소속이었던 윤지웅은 2017년 7월 음주운전 접촉 사고를 내고 KBO로부터 72경기 출장 정지 제재를 받았다. 현재 NC 다이노스에서 뛰고 있다. 그리고 과거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도 구단의 필요에 의해서, 또는 선수를 위해서라는 명분하에 슬그머니 복귀하기를 되풀이해왔다.

왜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고 소식은 계속될까.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들이 음주 운전에 대한 죄의식이 미약하고, KBO와 구단의 처벌 또한 약하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처벌의 근거가 되는 야구 규약이다. 제151조 ‘품위손상행위’다. 3항에는 인종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음주운전, 도박, 도핑 등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실격처분, 직무 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접근 자체가 틀렸다. 음주 운전은 각종 법규에 명시된 명백한 범죄 행위다. KBO가 음주 운전 행위를 세분화해 제재 수위를 높이긴 했지만, 현재와 같이 품위손상 행위로 계속 접근한다면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 일탈 행위를 막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관용 원칙이 필요하다. 그리고 품위손상 행위가 아닌 범죄 행위로 음주 운전을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린이에게 꿈을 주는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음주 범죄자’를 봐주는 조항밖에 되지 않는다. 품위 손상 행위라는 고상한 단어는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