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의 풍향계로 꼽히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와 강남구 은마아파트 가격들이 슬금슬금 오르면서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반등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도 나온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부동산 카페에서는 3기 신도시 발표가 ‘서울 아파트값 불패’를 확인시켜준 셈이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똘똘한 한 채’인 서울 아파트를 사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마와 잠실주공 아파트 가격 상승을 두고 아파트값을 올리기 위해 ‘자전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사람도 있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강남구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최근 18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지난달 직전 신고가는 17억7000만원이었다. 올 초 16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던 것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호가도 올랐다. 매물로 나온 가격들도 18억9000만원에서 19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최고 거래가였던 19억10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또 다른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76㎡ 주택형도 최근 18억2900만원에 팔렸다. 올 초 급매물로 나왔던 해당 단지의 가격보다 최대 2억원가량 올랐다. 이 단지의 주택형은 지난해 주택시장 과열기였던 9월까지 최고가인 19억1000만원까지 거래됐다가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3월에는 16억원 초반으로 약 3억원가량 떨어졌다.
강남구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은마 34평이 19억원에 매물로 나온 것은 맞고 주춤하던 가격이 최근 오르고 있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전체 아파트 시장 가격만 보면 대부분 지역은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 단지와 일부 지역만 상승세를 탔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나 부동산114 모두 서울 아파트값이 각각 28주, 27주 연속 하락했다고 했다.
부동산114 측은 “잠실 5단지, 은마 등 재건축 아파트값이 일부 오르면서 집값이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면서 “하지만 일반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전반적인 시장의 반등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작전세력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기 위해 ‘자전거래(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자기 식구끼리 사고파는 것)’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상 거래로 인정을 받으려면 적어도 한 달에 3, 4건씩 해당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거래가 올라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3기 신도시 발표의 부작용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부동산 카페에도 “3기 신도시 발표는 ‘결국 집은 서울에 사야 하는구나’라는 진리를 확인해줬다. 경기도만 집값 떨어뜨리고 인구도 줄어드는데 집은 서울에 사야 하는 것을 알게 됐다”거나 “지방에 거주하는데 결국 똘똘한 한 채 구하러 서울 가야한다는 걸 알려준 셈”이라는 식의 글들이 올라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