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소속 PK단체장 국회 총집결 “김해신공항 수용 불가”…정부안 뒤집는다 비판도

입력 2019-05-27 18:08 수정 2019-05-27 18:19

PK(부산·울산·경남) 지역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김해신공항은 관문 공항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며 ‘수용 불가’ 의견을 재천명했다. 이미 정부가 확정 발표한 국책사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TK(대구·경북)와의 오랜 갈등요인으로 작용해 온 ‘동남권 신공항’ 사안을 재차 꺼내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PK 지역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울·경 동남권 관문 공항 검증단’(단장 김정호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민주당 동남권 관문 공항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정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에는 소음과 안전 문제는 물론 환경 훼손, 경제성 부족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약 6개월간 검증에 나선 결과,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거점기지’ 역할과 최근 급증하는 항공수요에 부합하는 ‘관문 공항’으로서 역할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날 “이렇게 많은 문제를 안은 김해공항 확장을 과거의 잘못된 정책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된 행정”이라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 공항을 빨리 건설하는 것이 지금 김해공항 확장보다 빨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김해공항 확장문제는 6전 7기의 ‘정치적 결정’으로, 여섯 번의 연구용역에서 안 된다고 결론이 나온 사안이 박근혜 정부 들어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가능하다고 나왔다”며 “이런 정치적 결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확장계획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결정”이라고도 했다.

보고자로 나선 김정호 의원은 ‘소음 검증결과 국토부는 당시 평가에서 감점이 큰 심야시간대 영향을 축소해서 결과를 왜곡했다’, ‘저가항공인 LCC가 투입되면서 여객 급증한 2010년 이전의 자료를 평가 기준으로 삼다 보니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조류 서식지 인접으로 버드 스트라이크(항공기와 새의 충돌) 위험과 활주로 경로상 항공기 간의 충돌 위험도 크다’고 주장했다.

검증단은 국정을 조정하는 국무총리실에서 이번 검증결과를 토대로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을 재검토해달라는 입장이다. 김 지사는 “당사자(국토부)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겠나. 그래서 국토부가 아니라 총리실에서 면밀히 들여다보고 제대로 결정해달라는 것”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PK·TK 지역 5개 광역단체가 2016년 정부의 신공항입지 평가를 앞두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단체장이 바뀐 이후 이를 번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민심을 얻기 위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지사는 “마치 지금 동남권 신공항문제가 지역 간 갈등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구·경북에서도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대구·경북 통합공항을 추진하고 있다”고 적극 해명했다.

백지화된 ‘가덕도 신공항’을 요구했던 PK 지역과는 달리, TK 지역에서는 밀양 신공항을 추진하다 최근 군 공항을 포함한 대구공항의 통합 이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검증단의 요구에 즉답을 피했다. 이 원내대표는 검증단의 결과보고서를 전달받은 자리에서 “불가피하게 지역 간의 이해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데 이것이 갈등으로 불거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 나가는 새로운 화합의 장이 됐으면 한다”며 “대구·경북 쪽의 이야기를 비롯해 당에서도 충분히 고려하면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하니 바로 즉답을 드릴 수 없는 점을 양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제일 중요한 것은 지역균형 발전성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며 “한 지역의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전체의 국가 균형발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회는 민주당 김영춘, 김정호, 김해영, 민홍철, 박재호, 서형수, 이상헌, 윤준호, 전재수, 제윤경, 최인호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고 부울경 검증단이 주관했다.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가 참석했고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역 현안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