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중 윗배 쥐어짜듯 아프면 담석증 의심”

입력 2019-05-27 16:58 수정 2019-05-27 17:06
복강경으로 담석 절제하는 수술 장면. 중앙대병원 제공

직장인 김모(32·여) 씨는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과식을 하면 배가 아픈 증상이 반복돼 병원을 찾았다. 처음엔 위염과 스트레스성 위경련이라고 해 약을 먹어봤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이어트를 하기로 하고 열심히 운동을 하던 중 오른쪽 배 윗부분이 쥐어짜듯이 심하게 아파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담석증’ 진단을 받았다.

담석증은 간에서 생성된 소화액인 담즙이 담낭(쓸개)내에 쌓여 돌처럼 굳어 염증이나 담도 폐쇄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육류나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 습관으로 인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담석이 만들어진다. 고지방 식습관 및 비만 등이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과거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중등도의 과체중 상태도 담석증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45 이상인 고도비만 여성 환자들과 BMI 24 이하인 정상 여성들을 8년간 관찰한 결과, 고도비만군에서 담낭 담석 발생률이 7배 이상 높았다.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최유신 교수는 27일 “담석증의 주요 위험인자는 ‘4F’라 불리는데, 비만(Fatty)과 여성(Female), 40대 이상 나이(Forties), 임신(Fertile)을 말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임신으로 인해 호르몬 불균형과 나이가 들수록 담즙으로 더 많은 콜레스테롤을 분비하는 경향으로 인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담낭의 움직임을 감소시켜 담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비만인 40대 이상의 여성뿐만 아니라 20, 30대의 젊은 여성에서 담석증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 30대 담석증 환자 수가 2013년 1만8873명에서 2018년 2만4202명으로 약 3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여성 환자가 1만4601명으로 남성 환자보다 1.5배 이상 높았다.

또 스웨덴 카롤린스카의학연구소가 실험을 통해 국제비만저널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초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의 담석증 비율이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시행한 사람들보다 담석증이 3.4배 더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술을 받게 된 사람도 3.2배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젊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장기간 금식을 하거나 갑작스럽게 지방 섭취를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그로 인해 간은 담즙으로 추가적 콜레스테롤을 분비하는 한편, 담낭의 기능 저하로 적절하게 담즙을 배출시키지 못해 담석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최유신 교수는 “다이어트를 하는데 있어 지방 섭취를 갑자기 장기간 제한하게 되면 담즙과 콜레스테롤 양의 변화로 담낭의 운동성이 감소함으로써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않고 담낭에 고이고 응고돼 담석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다이어트를 위해 갑작스럽게 지방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거나 극단적 금식·절식, 황제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등 불규칙한 식습관은 삼가고 균형 있는 식단을 통한 적절한 영양 섭취와 운동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담석증 치료는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기본으로 배에 1~3개의 구멍을 통해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넣어 담낭을 제거한다. 또 로봇 장비를 이용해 복부에 작은 구멍을 뚫어 절제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흉터를 최소화해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수술 1~2일 후 퇴원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담석이 있으나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은 원칙적으로는 치료가 필요 없이 적절한 간격으로 체크만 받으면 되나, 담석으로 인한 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크기가 큰 담석, 국소적 담낭벽 비후(두꺼워짐)가 동반돼 있는 경우에는 가벼운 담낭염이나 담관염에서부터 담낭 천공, 복막염, 패혈증 등과 같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담낭절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담석증 위험인자를 갖고 있거나 젊은 여성이라도 다이어트 중 복통이 반복되거나 명치가 더부룩한 느낌이 들면 복부 초음파검사 또는 CT촬영 등을 통해 담석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 후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