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련의 공개 반박 “승진 못할 검사장들이 비판, 왜 이전에는 용기내지 못했나”

입력 2019-05-27 16:16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검찰 조직과 정부 여당의 힘겨루기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26일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국회의원들에게 ‘검찰개혁 건의문’을 보내 현재 정부 여당안을 ‘전혀 엉뚱한 처방’이라고 비판하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이 이를 공개적으로 재반박했다. 백 의원은 검찰 출신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백 의원은 “검찰이 오만과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며 “왜 이 시점에서야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지 그 진정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데 이어 현직 검사장도 반대 의견을 나타내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조직적 저항이 더욱 거세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백 의원과 송 지검장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어느 지점에서 시작됐는지를 두고 인식 차를 보였다. 송 지검장은 “애초에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수술이 필요한 공안과 특수 분야의 검찰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정작 개혁이 필요한 특수 수사는 개혁 하지 않고 권한 분배에만 논의가 집중됐다는 비판이다.

반면 백 의원은 “검찰 개혁이 논의되는 것은 몇몇 특수수사나 공안수사가 잘못되어서 만이 아니다”며 “근본적으로 검찰이 가지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맞섰다.

백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백 의원은 “송 검사장의 글 중에 가장 불편했던 점은 경찰에 대한 불신과 철저한 검찰 우위의 신념”이라며 “그간 검찰의 폐단이 있었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 논의가 나왔다. 이제는 기관 대 기관으로서 사법통제를 충실히 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지검장의 공개 반박의 진정성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백 의원은 “이제 곧 검찰 인사시즌”이라며 “승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검사장이나 부장들이 검찰개혁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공개적으로 지금의 검찰개혁과 관련하여 비판적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런 용기를 왜 이전에는 내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