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황교안, 민생 지옥? 2년 전에는 좋은 나라였나”

입력 2019-05-27 16:04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뉴시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최근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지금이 지옥이면 2년 전에는 좋은 나라였다는 뜻이냐”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독재자의 후예’ 발언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윤 전 장관은 27일 KBS1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황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을 총평하며 이같이 비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 강당에서 '국민의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겠습니다'를 주제로 민생투쟁 대장정 마무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 전 장관은 “황 대표가 좋은 나라를 2년 만에 지옥으로 만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뒤집어보면 2년 전에는 좋은 나라였다는 뜻이다. 국민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물론 자영업자나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건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을 지옥이라고 하면 이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느냐. 지옥보다 더 나쁜 데는 어디냐”고 반문했다.

이어 “제1야당의 대표니까 상대방을 공격하더라도 어휘 선택은 정말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국민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5일 황 대표는 3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치며 “민생현장은 지옥과 같았고 시민들은 살려달라고 절규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희생자 안종필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어머니 이정님씨를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윤 전 장관은 지난 5·18 민주화운동 39주기 추도식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어떻게 5·18을 달리볼 수 있느냐”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면서도 “그 자리에서 그런 표현을 써야 했느냐, 조금 더 함축적인 표현을 써도 됐을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노력으로 여야가 정상화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시작되는 마당에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확 되돌아가 버렸다”며 “최고 지도자급에 있는 분들이 항상 언어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지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 참석해 청와대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 전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당 장외투쟁의 장기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국당 내에서 무조건 등원을 하는 게 낫다는 일부 의견도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다수는 한국당이 굴복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니까 국회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한국당이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이 상당 기간 지리멸렬한 상태로 오면서 지지세력이 다 흩어진 면이 있었다. 하지만 민생투쟁 대장정으로 지지세력을 결속하는 데 성공했다”며 “(장외투쟁이) 조금 더 진행될 것이다. 6월 중에 국회가 정상화될지도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처음에는 국민이 양쪽 다 나무라다가 결국은 대통령과 여당에 책임을 크게 묻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당이 이걸 지금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총선이 다가오니까 그런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또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두고 “추경 예산이 다급했다면 청와대나 여당이 다른 방법으로 야당을 설득하는 방법은 없었을 거냐는 아쉬움이 있다”며 “권력을 가진 쪽이 져서 이기는 길로 가면 되는데 왜 꼭 그렇게 한 치도 안 물러서려고 그러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