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로그인] 미중 무역 분쟁 승패 결정의 또 다른 요인

입력 2019-05-27 12:12 수정 2019-05-28 08:35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일보DB

미중 무역 분쟁 승패 결정의 또 다른 요인

글=안치영(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미중 무역 분쟁의 해결이 갈수록 난망해 보인다. 요즘은 ‘무역 전쟁’이라고도 한다. 우리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동맹국과 우리의 최대 교역국 사이의 ‘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기에는 불길이 너무 드세고 가깝다.

그렇지만 그 영향에 대한 냉정한 평가보다는 사드 이후 악화된 한중 관계를 반영이나 하듯 감정이입하여 중국이 제대로 임자 만났다고 신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중 무역 분쟁에서 미국의 엄청난 규모의 대미 무역 적자와 미국과 중국의 기술 차이로 인하여, 미국은 중국에 대한 거의 무한한 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은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인다.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은 희토류의 대미 수출 제한이나 중국 보유 미국 국채 매각 정도이며 그 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작년 미국이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은 600억 달러의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것은 양국이 가진 대응 수단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무역 분쟁 승패 결정 요인

무역 분쟁에서 대응 수단을 보는 것은 그것의 크기가 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응 수단의 크기가 무역 분쟁의 승패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상대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혹은 그것으로 인한 역효과가 크다면 유효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대응 수단이 유효한 것은 그것이 상대에게 고통과 비용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응 수단의 유효성은 그것이 상대에게 가할 수 있는 고통과 비용의 크기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역은 상호이익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무역에 대한 제재로 인한 고통과 비용도 상호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 상품에 관세를 올리면 염가의 중국 상품으로 풍요를 구가하는 미국의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관세를 올리면 중국 인민들은 더 비싼 두부를 먹어야 한다. 무역에 대한 제재와 보복에 대한 비용과 고통은 오로지 상대의 몫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그러한 역효과는 대응 수단 유효성을 제한하는 작용을 한다. 뿐만 아니라 고통과 비용에 대한 감내 능력은 상대적이다. 마치 권투 선수의 맷집이 차이가 있는 것처럼 무역 분쟁에 의하여 초래되는 비용과 고통에 대한 감수 능력도 국가별로 상대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역 분쟁의 승패는 단순하게 각자가 가진 대응 수단의 크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더불어 선택한 수단의 역효과 그리고 비용과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 등 적어도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대응 수단을 통하여 상대에게 가할 수 있는 비용과 고통의 크기와 상대가 선택한 수단의 역효과의 합과 비용과 고통에 대한 상대방의 감수 능력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미중 무역 분쟁에 적용하면, 미국의 기회는 미국이 중국에 가할 수 있는 수단과 중국의 보복이 중국에 초래하는 역효과의 합과 중국의 감수 능력의 차이이다. 그리고 중국의 기회는 중국이 미국에 가할 수 있는 보복 능력과 미국의 중국에 대한 대응의 역효과의 합과 미국의 감수 능력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중 무역 분쟁에 대한 분석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응 수단과 그것의 역효과에 대하여는 고려하지만, 각각의 비용과 고통에 대한 감수 능력이라는 중요한 요인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미국에 비하여 최소한 두 가지 점에서 비용과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비용과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

중국과 미국은 근대 이후 역사적 경험의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체제의 차이가 있다. 근대 미국의 역사는 번영과 풍요의 역사였다고 한다면 중국은 치욕과 결핍의 역사였다.

미국은 대중의 여론이 직접적으로 정치에 반영되는 체제라면, 중국은 당과 국가가 대중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제이다. 그러한 역사적 경험과 정치체제의 차이가 무역 분쟁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비용과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를 결정한다.

중국은 근대이후의 결핍과 치욕에서 벗어나 역사적인 영광을 재현이라는 중화의 부흥을 맞이하려고 하고 있다. 결핍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경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으며, 외세로 인한 치욕은 여전히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결핍은 상상하기에도 진절머리 나는 일이지만 외세가 중국의 부흥을 막으려고 한다면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것이 역사적 경험과 기억이 중국인들에게 남긴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초래되는 문제는 중국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외세의 또 다른 ‘억압’이다. 중국이 ‘항미원조’나 반외세를 소환하는 것은 미중 무역 분쟁이 중국인들에게는 어쩌면 이미 벗어난 것으로 여겼던 ‘치욕스러웠던 근대’를 미국이 다시 중국에게 강요하게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이러한 경험과 기억은 풍요와 번영의 세기를 살아온 미국인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주기적으로 선거를 치른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고 하고, 또 나아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문제가 생긴다면 계속 지지하려고 할까?

21세기 판 ‘황화론’으로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이 가상의 적에 대비하기 위해 현실적인 고통을 감내하려고 할까?

그에 비하여 중국은 당-국가체제의 일사분란한 통제와 관리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외세”에 의한 “치욕의 근대”의 소환은 오히려 위기 극복을 위해 당-국가체제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은 미중 무역 분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비하여 더 많은 대응 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보다 비용과 고통을 감수하는 능력은 훨씬 클 개연성을 말한다.

그렇다면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적 결과는 그렇게 쉽게 속단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더군다나 미국의 요구는 단순한 무역의 양보가 아니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보여주는 것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미국의 요구가 중국의 부흥에 대한 전략과 목표에 대한 포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미국의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합의에 의한 비용이 분쟁으로 인한 비용보다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미국이 요구조건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미중 무역 분쟁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분쟁이 장기화한다면, 상대에게 가할 수 있는 대응과 보복 수단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초래되는 비용과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중요할지 모른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