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에 투수 교체?…예상밖 운영’ 양상문, 거듭된 패착 문제없나?

입력 2019-05-27 09:29 수정 2019-05-27 11:00

지난 25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8회초였다. 롯데가 5-2로 앞서며 연승을 이어가는 듯했다.

롯데 투수는 제이크 톰슨(25)이었다. LG 9번 타자 박지규를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그리고 1번 타자 이천웅이었다. 5회초 투런 홈런을 톰슨에게서 뺏어낸 바 있었다. 톰슨의 1구는 볼이었다.

그런데 주형광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처음엔 공을 들고 가지 않았다. 덕아웃에선 양상문 감독이 손가락을 돌리며 연신 교체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투구수는 97개로 아직 여유가 있었다. 더구나 이미 타자를 상대로 초구를 던진 상황이었다.

결국 박진형(25)은 3볼까지 몰린 뒤 원스트라이크 스리볼 상황에서 안타를 허용했다. 오지환은 다행히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김현수마저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 뒤 마무리 투수 구승민(29)을 올렸지만, LG 타선을 막아내지 못하며 5-5 동점을 허용했다.

그렇게 8회초에 처참히 무너진 구승민은 9회초에 또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두 타자 연속 몸에 맞는 공을 내주는 등 만루 상황에서 역전타까지 허용한 뒤 박시영(30)으로 교체됐다.

그리고 26일이다. 롯데 고졸 신인 서준원(19)은 1회초 만루 상황을 잘 넘기며 순항하는 듯 했다. 4회초 1사 상황에서 두 타자 연속 안타를 맞았다. 불펜 투수로 40개 안팎의 최고 투구수를 보여왔던 서준원이었지만, 양 감독은 전날 톰슨을 내릴 때의 과감성은 온데간데 없고, 그를 밀어붙였다. 또 다시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2점을 뺏긴 뒤에야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그리고 뒤이어 올라온 김건국 역시 추가 2실점하며 승기를 내주면서 또다시 연패의 늪에 빠져 들었다.

투수 교체는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투수 교체가 가장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해야 한다. 자신의 판단만을 믿고 예상에서 벗어난 임기응변식 대처로는 일순간 성공을 거둘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투수 교체 실패가 계속된다는 것은 양 감독의 선수 운영 방식에 있어 분명히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는 53경기를 치러 18승 35패, 승률 0.340을 기록하고 있다. 승패 마진은 무려 -17까지 벌어졌다. 1위 SK 와이번스와는 16.5게임차다. 우승을 말하던 정규시즌 이전과 너무나 다른 결과다.

더구나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 LG와는 10.5게임차가 나고 있다. 9위 KIA 타이거즈와도 3.5경기 차이가 난다. 가을야구는 고사하고 탈꼴찌도 버거워 보이는 형국이다.

지난해 11월이다. 양 감독의 취임사에는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마라”는 선수단에 대한 주문이 있었다. 그런데 롯데는 벌써 53경기를 허비했다.

이런 상황까지 온데는 누구 한 개인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대표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롯데팬들은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구단에서 응답해야 할 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