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테러, 재난에 대비하는 민·관·군 합동 을지태극연습이 27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된다. 이는 ‘정부 차원 위기대응 연습+한·미 연합 지휘소연습’으로 진행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서 한·미 연합 연습(FG) 대신 한국군 단독 지휘소 연습을 포함시킨 형태다.
이 연습 모델은 지난해 변화된 남북, 북·미 관계 등을 반영해 만들어 처음 실시하는 것이다. 을지태극연습은 1부 국가위기대응연습(27∼28일 오후 4시)과 2부 전시대비연습(28일 오후 4시∼30일)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국가위기대응의 경우 지진을 비롯한 재난 시나리오 6개에 따라 군과 정부 차원 대응, 응급환자 수송 등 단계별 절차를 숙달하는 연습이 실시된다.
시·군·구 이상 행정기관 등 4000여개 기관, 48만여명이 이번 연습에 참여한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대형 재난, 테러 등 비군사적 요인도 국가 안보 위협에 포함시키는 포괄적인 안보 개념을 적용한 연습”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대비연습은 미군 참여 없이 한국군 단독으로 이뤄진다. 작전사령부급 이상 제대 전투참모단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라 상황별 대응을 연습하는 방식이다. 통합방위사태 선포와 방어준비태세 격상 등 전시 전환 절차를 숙달하는 것이다. 사이버 테러,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훈련도 실시된다. 이번 연습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해 대비해 한국군의 독자적인 작전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문제 삼았던 북한이 이번 연습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처음 실시되는 을지태극연습에 대한 북측 반응 또는 무반응을 보면 향후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북한의 스탠스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정부는 북한 비핵화 협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키리졸브(KR) 연습, 독수리훈련(FE), UFG 연습 등 주요 한·미 연합 군사훈련 명칭을 없애고 전략자산 전개를 최소화하거나 훈련 기간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연합훈련을 진행해왔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인 지난 4일과 9일 ‘화력타격훈련’을 실시했으며, 미국에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다. 특히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공식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조평통은 “남조선당국이 간판이나 바꾸어달고 ‘규모축소’ 흉내를 피우며 아무리 오그랑수(술책)를 부려도 은폐된 적대행위의 침략적이며 공격적인 성격과 대결적 정체를 절대로 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달 22일부터 2주간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대체해 실시된 한·미 연합 편대군 종합훈련을 비난한 것이었다.
일단 북한은 관영매체나 관련 당국 성명을 통해 강력 반발했던 과거에 비해 낮은 단계 대응을 보인 바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3월 을지태극연습과 쌍룡훈련 실시 계획 등을 거론하며 “정세악화를 부추기는 그 어떤 행위도 절대로 용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과거 북한은 UFG를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17년 8월 UFG 연습 기간을 앞두고 “붙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2016년 UFG 연습 기간 중이던 8월 24일 동해상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발을 발사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