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교회 선교의 키워드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과거 한 국가와 도시에 선교센터를 세우고 중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사역을 진행하는 게 대세였던 것과 달리 지금은 장기 사역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계획 수립 단계에서 숱한 암초를 만난다. 불확실성의 주요인은 ‘변화’에 있다. 25일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이상화 목사)에서 열린 KBM(Korea Brotherhood Mission‧회장 김봉수 목사) 선교포럼에서는 “선교 불확실성 시대에 ‘선교지의 복음화 상황 변화’ ‘한국교회 선교역량의 변화’ ‘선교지의 사회적 환경 변화’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선교전략을 짜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세기 한국교회의 선교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진행된 포럼에서 백준호(MVP선교회 본부장) 선교사는 선교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교회의 출구‧입구 전략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많은 교회가 선교지의 급격한 복음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선교를 지나치게 장기적인 사역으로 계획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교대상 민족의 기독교인 비율이 2%를 넘어서면 선교사는 현지인에게 사역을 이양하고 5%가 되기 전에 물러나야 하며 이후의 전도는 그 민족 교회가 담당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를 비롯한 유무형의 사역 운영을 현지인에게 이양하고 선교사는 ‘선교 개척’을 돕는 것으로 출구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구 전략에 대해서는 “복음화율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선교 시도가 없는 민족을 대상으로 선교사를 파송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선교지로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미전도종족을 꼽았다.
한국교회의 선교역량 변화에 따른 출구‧입구 전략으로는 선교사 은퇴정책 마련과 청년선교사 파송을 제안했다. 백 선교사는 “50~60대 선교사가 전체 선교사의 절반에 달하는 상황임에도 선교사 은퇴를 위한 한국교회의 준비는 미약하다”며 “국민연금 의무가입, 은퇴 후 장기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요건 강화 등 강화된 복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선교사일수록 언어 훈련, 문화 적응, 사역 개발 등에 강점을 보이는데 파송 전 단계에서 완벽한 자질을 요구하다 시기를 놓치곤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의 눈에 미숙해 보일지라도 사역에 대한 창의적 도전을 허용하고 체계적인 계속교육 과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교지의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른 출구 전략으로는 ‘플랜B 마련’을 촉구했다. 백 선교사는 “마이클 오(국제로잔위원회) 대표가 주장했던 것처럼 선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였던 ‘계획성’이 오늘날 ‘유연성’으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 계획을 전혀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일수록 추방을 비롯한 긴급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구 전략으로는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교적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소개됐다. 백 선교사는 “영화 어벤저스가 전 세계에서 같은 날 개봉하고 방탄소년단이 빌보드를 석권할 만큼 세계가 급속히 통합되고 있다”며 “선교사가 선교대상 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사역하는 ‘비거주 선교전략’을 투입할 최적의 시기”라고 밝혔다.
특히 “이주민의 경우 복음의 수용도가 높기 때문에 국내 거주 이주민에게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며 “해외에 국한된 전통적 선교사 개념을 벗어나 국내 이주민을 사역 대상으로 하는 선교사를 파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이민화(카이스트) 교수가 제시한 ‘호모 파덴스(Homo Fadens)’ 개념을 소개하며 “소셜 네트워크나 1인 미디어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협력하는 괴짜’ 선교사가 다음세대와 성역 없이 소통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1990년 5월 방글라데시 선교를 목표로 5개 교회(서현 세광 홍성 홍제동 연희교회)가 연합해 설립한 KBM(Korea Bangladesh Mission‧한국방글라데시선교회)은 4년 후 해외 선교 방향을 전 세계로 확산키로 결정하고 이름을 KBM(Korea Brotherhood Mission‧한국형제선교회)로 변경했다. 현재는 7개 교회가 협력해 30개국에 70명의 선교사(주파송 25명, 협력45명)를 파송하고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