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10명 중 4명이 최근 1년 사이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이유는 냄새가 없어서였다. 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해로울 거란 인식도 상당수였다.
보건당국은 이런 잘못된 인식이 흡연을 부추기고 금연 시도 의지를 꺾는다고 보고 내년부터 전자담배 기구에도 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전자담배 관리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담배 규제 및 체계적 관리에 관한 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진행한 온라인 인식조사 결과 흡연자 3221명 중 37.3%인 1200명이 ‘최근 1년간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로 바꾼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자담배로 바꾼 이유로 절반이 넘는 56.1%(673명)가 ‘냄새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건강에 해가 덜할 것 같아서’ 바꿨다는 응답률도 30.1%(361명)나 됐다. 11.5%(138명)는 ‘향기(맛) 때문에’ 전자담배를 택했다.
다른 사람, 특히 어린아이와 함께 사는 가정의 흡연자일수록 전자담배로 바꾸는 비율이 높았다. 냄새가 덜 나거나 건강에 덜 해로울 거라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새로운 담배가 출시될 때 심사하고 허가하는 조치에 대한 강도를 높여서 진입을 차단하는 기전이 필요하다”며 “가열담배의 인체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 확실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담배 흡연자들은 하루평균 13.8개비를 피운다. 일반담배 흡연자(12.5개비)보다 1개비 이상 더 피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를 금연의 수단 혹은 덜 해로운 담배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가 국내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등 11개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전자담배에서도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비슷했고 타르 함유량은 더 많았다.
하지만 전자담배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자담배 판매량은 9200만갑으로 1년전(6880만갑)보다 33.6% 증가했다. 2017년 전체 담배 판매량의 2.2%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9.6%에 이어 올해 1분기 현재 11.8%를 차지했다.
복지부는 지난 21일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통해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전자담배 흡연 시 사용하는 기구에도 경고그림 및 문구 부착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블로그나 온라인 사이트, 판매점 등에서의 전자담배 광고·판촉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증진법에서 담배와 유사한 규제를 할 수 있도록 복지부가 직접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와 가정 내에서도 청소년의 신종담배 사용을 인지하고 지도·통제할 수 있도록 학교와 학부모에게 신종담배 특징과 유해성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22일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편의점 등 담배소매점에서의 전자담배 기기장치류 판매행위를 집중 점검·단속한다는 내용의 여성가족부 공문도 발표됐다. 지자체별로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경찰, 금연지도원 등이 단속에 참여하고 소매점 대상 계도·홍보 활동을 진행한다.
아울러 24일 국내에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에 대해서도 청소년 대상 판매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쥴은 미국 고등학생 전자담배 흡연율이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하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쥴을 피운다’는 의미의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