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진 코파 아메리카, “내년에도 있으니까!”

입력 2019-05-26 14:54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2016 코파아메리카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2대 4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엎드려 울고 있다. AP뉴시스

다작이 희소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예술에만 통용되는 법칙이 아니다. 2019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가 그러한 분위기다. 2019 코파 아메리카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대회가 열리는 브라질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한 브라질 팬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담 갖지 말고 모두 힘내자.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도 있지 않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의 말에서 다소 시들해진 대회 열기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월드컵·올림픽은 물론 아시안컵, 유로, 오세아니아 네이션스컵 같은 대륙컵은 대부분 4년 주기로 열린다. 코파 아메리카 역시 마찬가지다. 주기에 따라 2011년, 2015년 대회가 개최됐고 올해 역시 일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사이에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가 있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에서 대회 100주년을 맞아 이벤트성으로 한 번 더 개최했다.

지난 7일 공개된 2019 코파 아메리카 우승 트로피. 게티이미지

문제는 올해 열리는 대회가 내년에 또 개최된다는 것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의 대항전인 네이션스컵이 등장하면서 코파 아메리카 역시 유로와 어깨를 나란히 해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입지가 다소 약화되자 유로와 개최 시기를 맞춰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복안이었다. 이로 인해 코파 아메리카는 2020년 개최를 확정했다. 이렇게 축구 팬들은 2011년부터 5번의 코파 아메리카를 지켜볼 수 있게 됐다. 평균으로만 보면 격년 단위로 개최되는 셈이다. 범위를 좁혀 2015년부터 계산하면 2020년까지 6년 사이 대회가 네 번 열리게 된다.

“내년도 있다”는 브라질 축구 팬의 말에서 하락된 대회의 권위를 느낄 수 있다. 올해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4년간 유지되는 감격은 1년을 채 넘기지 못한다. 이듬해 곧바로 타이틀 방어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코파 아메리카는 남미 국가 간 최강자 자리를 가리는 축구선수권대회로 1916년 시작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 대륙컵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다. CONMEBOL 회원 10개국이 예선 없이 참가한다. 출전국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1993년 에콰도르 대회부터 남미 외 대륙의 국가를 초청하고 있다. 2019년 대회의 경우 일본과 함께 2022 월드컵 개최국 자격으로 카타르가 초청받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