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트로피’로 끝난 트레블 도전… 고개 숙인 메시

입력 2019-05-26 13:33 수정 2019-05-26 13:48
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26일 발렌시아와의 스페인 국왕컵 결승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허무한 표정으로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달 초만 해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달성은 어렵지 않은 과제로 평가됐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잉글랜드 리버풀을 3대 0으로 대파했으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확정지었다. 스페인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는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현재 바르셀로나가 손에 쥔 트로피는 한 개뿐이다. 후반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도전은 단 한 개의 트로피로 허무하게 끝났다.

바르셀로나는 26일 스페인 세비야의 베니토 비야마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국왕컵 결승에서 발렌시아에 1대 2로 패했다. 발렌시아가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케빈 가메이로와 로드리고가 각각 전반 21분, 전반 33분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빠르게 달아났다. 맹공을 퍼부은 바르셀로나는 후반 28분 리오넬 메시가 급하게 한 골을 만회했으나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승 트로피는 발렌시아에 돌아갔다. 발렌시아가 정상을 탈환한 것은 2007~2008시즌 이후 11년 만이다.

효율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가 볼 점유율에서 77대 23으로 압도하며 26개의 슛을 퍼부었으나 골망을 흔든 것은 한 번에 불과했다. 올 시즌 잇따라 노출했던 왼쪽 측면 공격의 정체된 움직임은 여전히 약점으로 남았다. 바르셀로나가 평소와 같이 짧은 패스 중심의 점유율 축구로 상대를 압박했다면, 발렌시아는 조직적인 지역 방어 체제로 맞섰다.

메시는 여전히 빛났다. 0-2로 뒤처지던 후반 28분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던 클레망 랑글레의 헤더를 밀어 넣으면서 추격 불씨를 살렸다. 후반 10분에는 재치 있게 날린 슛이 골대를 스치기도 했다. 통계업체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양 팀 최고 평점인 8.9점을 받았다. 경기에서 패하며 우승까지 놓친 팀에서 양 팀 최고 평점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메시의 활약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뛰어난 활약에도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바르셀로나 주축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는 경기가 끝난 후 “올 시즌 리그에서 승리할 때마다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식의 패배는 예상치 못했다”며 “바르셀로나는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었다. 씁쓸한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