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 한국 영화 최초 ‘칸 황금종려상’ 수상

입력 2019-05-26 05:30 수정 2019-05-26 12:23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출품된 21개 작품 중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건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이후 7년 만이다. 칸 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건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9년 만이다.

봉 감독의 작품 가운데 영화 기생충은 괴물(2006년), 도쿄!(2008년), 마더(2009년), 옥자(2017)에 이어 다섯 번째 칸에 입성한 영화다. 이날 트로피를 받은 봉 감독은 “프랑스어 연설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며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놀라운 모험이었다. 그 작품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나와 함께 해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어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며 송강호를 무대 위로 불렀다. 이에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다시 잡은 봉 감독은 “열두 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소심한 영화광”이라며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다”고 주먹을 쥔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영화 기생충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 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의 빈부 격차 문제를 다룬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에 대해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영화제에선 거장들이 경쟁 부문에 초청돼 각축을 벌였다. 과거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들의 작품이 5편으로 전체의 약 25%를 차지했다.

‘소리 위 미스트 유’의 켄 로치(83), ‘영 아메드’의 장 피에르 다르덴(67)·뤽 다르덴(65) 형제, ‘어 히든 라이프’의 테런스 맬릭(76), ‘메크툽, 마이 러브: 인테르메조’의 압둘라티프 케시시(59),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56) 감독 등이 이미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들이다. 그러나 ‘기생충’은 시사회 직후 뜨거운 함성과 함께 약 8분간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르몽드 등 세계 150여 언론 매체에서 봉 감독에게 인터뷰 요청이 쏟아질 만큼 흥행했다.

국내외 언론과 평단은 물론 영화계 관계자들 모두 호평을 쏟아냈다. 평론가들의 평점을 집계하는 스크린데일리에서는 3.5점의 점수로 시상식 전 1등으로 마감했다. 또한 미국의 평점 집계 사이트인 아이온시네마도 가장 높은 점수인 4.1점을 매겼다.

한편 이날 심사위원대상은 흑인 여성 감독인 마티 디옵의 ‘아틀란틱스’가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라즈 리의 ‘레 미제라블’과 클레버 멘도사 필로의 ‘바쿠라우’가 공동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남우주연상은 ‘페인 앤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여우주연상은 ‘리틀 조’의 에밀리 비샴, 감독상은 다르덴 형제의 ‘영 아메드’, 각본상은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가 수상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