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통과… 업계 “국내 도입 신중해야”

입력 2019-05-26 06:00
픽사베이

-25일, WHO총회 B위원회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만장일치 통과
-한국 정부, 국가별 발언서 질병코드 도입 지지
-이장주 소장 “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 줄 수 있어… 국내 도입 신중해야”

게임의 질병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란 명칭의 질병코드 부여를 확정하며 각국 보건당국이 게임을 의학적 치료 대상으로 삼을 명분이 생겼다.

WHO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게임이용장애는 ‘6C51’이라는 코드가 부여됐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1차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은 오는 28일 전체 회의에서의 보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실상 개정안 통과가 확정된 셈이다.

ICD-11은 2022년부터 194개국 WHO 회원국에 적용된다. 다만 WHO의 질병 기준은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에 대한 사후 처리는 각국 보건당국의 의지에 달려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는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어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게임에 과몰입하는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중독으로 판단한다. 다만 증상이 심각할 경우 12개월보다 적은 기간에도 게임 중독 판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각국 보건당국은 ‘게임이용장애’와 관련해 보건 통계 작성과 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예산 배정이 가능하게 됐다.

질병코드 등재가 확정되자 국내 게임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게임이 치료해야 할 중독 물질로 규정되면 게임 관련 규제가 탄력을 얻고, 담배와 같이 높은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WHO의 방침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의지를 드러내왔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이 중독 치료 명목의 부담금을 게임사에 부과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걱정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이번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 개정안 통과를 적극 지지한 사실이 알려지며 게임 업계의 불만을 키웠다. 한국 정부는 국가별 발언에서 게임 과몰입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정책 근거가 필요하다며, 의학적 개입을 위한 기준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발언을 게임 규제 강화를 위한 의지로 보고 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대단히 안타까운 결정이다. 국내 도입 결정에 매우 신중해야한다. 이 사안은 보건의료계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 문화산업 및 혁신기술들과 연관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는 결정이기 때문이다”고 우려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