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외교기밀 누설 논란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청와대가 강 의원의 발언을 거짓말이라고 했다가 기밀이라고 말을 바꿨다”며 강 의원을 두둔하고 있지만 같은 보수진영 안에서도 “국익을 해쳤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4일 “청와대가 자가당착에 빠진 것 같다. (강 의원이 공개한 통화 내역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니 인제 와서 기밀이라고 하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방일 직후 한국에 들러 달라고 제안했다”며 두 정상 간 통화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고교 후배이자 주미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인 K씨에게서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때문에 한국당의 대응도 정부여당의 논리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정상 간 통화 내용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3급 비밀로 분류되는 데다 해당 외교관도 기밀 유출 사실을 시인하고 있어 보수 진영 안에서도 강 의원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은 2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강 의원의 통화내용 공개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상종하지 말아야 할 국가로 만드는 행위로서,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 이사장은 “한국당이 강 의원의 폭로를 두둔한다면 공당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을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는 진영논리나 당리당략의 차원이 아니라 초당적 국익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소재를 제공하는 데 아무리 큰 공을 세웠어도 차기 집권을 꿈꾸는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출당을 선택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같은 당 소속의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외교기밀 누설 사태를 외토위원장으로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한·미 관계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며 강 의원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국제정치전문가로 당내 외교통으로 꼽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강 의원을 외교상 기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강 의원의 분별없는 행동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누설할 목적으로 기밀을 탐지 또는 수집한 강 의원에게 ‘외교상 기밀누설죄’를 적용해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