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경북 경주시 옥산마을을 찾아 농민들에게 “농민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서 다 찬성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농업정책만큼은 잘한다고 칭찬해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농민들과 모내기를 함께하며 농가를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마을주민 이모씨가 소유하고 있는 1100평의 논에 ‘삼강’이라는 벼 품종을 심었다. 옥산마을은 총 229가구, 572명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경주에서 농업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 놀랍다”며 “이 마을 자체가 단순한 농촌마을이 아니라 특별한 마을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탈의실에서 환복을 하고 직접 모내기 현장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농업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드론이 비표를 살포하는 작업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에게 “(이런 드론이) 지금 현재 얼마나 활용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청장은 “지금 전국에 (드론이) 1100여대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비료 살포용이냐”고 묻자 김 청장은 “주로 농약 살포용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바로 “모내기를 하지 않고 벼를 직파하는 용도로도 쓰이냐”고 하자 김 청장은 ”벼가 익는 논에 띄워서 종자를 살포하는 데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 “옛날에는 농약 살포때문에 농민들이 병에 걸리고 해로운 점이 있었는데 다행이다”라고 하자 김 청장은 “전에는 무인헬기가 있었지만 사고도 많이 났다. 드론이 들어와서 안전성이 높아졌고 가격도 1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드론 운영 시간이) 15분인데, 저게 몇시간 정도로 늘어야 제대로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농민들이 배터리를 한 묶음씩 들고 다닌다”고 답했다.
드론이 비료를 살포하는 중에도 문 대통령의 질문은 이어졌다.
김경규 청장 : “비료가 쭉 나오고 있다. 속도에 따라 용량을 조정할 수 있게 세팅하고 있다”
문 대통령 : “그래도 기술이 좋아야 균등하게 분포가 되겠다”
문 대통령은 이후 이승윤 경남농업기술원 교육관에게 드론 작동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질문은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이 교육관의 설명에 따라 직접 드론을 조종해보기도 했다. 이 교육관이 “드론이 기존 애들 장난감과 똑같은데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되게 조심스럽게 해야 되고, 추락할 위험도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러겠네요”라고 수긍했다.
문 대통령은 모내기 하러 이동하는 도중에 젊은 부부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 : “이렇게 젊은 부부들이 농촌에서 이렇게 농업에 종사하니까 아주 좋아 보인다”
젊은 부부 : “고맙습니다”
문 대통령 : “젊은 사람들이 하기에 농업이 좋은 일인가. 장래성이 있나”
남편 : “본인만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 : “소득 면에서는 어떻나”
남편 : “소득도 지금은 아주 좋다”
문 대통령 옆에 있던 마을 관계자가 젊은 부부를 가리키며 “350만지기 농사를 짓는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대농을 하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부에게 “이런 기계농업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가”라고 하자 남편은 “일손은 필요 없이 기계로 다 한다”고 했다. 김경규 청장이 “올해 쌀값이 좀 올랐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거 만큼은 정부 칭찬을 좀 해주셔야 한다”고 답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그 담당하는 데가 우리 농림부다”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문 대통령은 젊은 부부에게 “쌀값도 오르고, 지난 겨울 동안에는 AI 이런 게 한 건도 발생 안 했다”며 “축산농가도 많이 좋아졌고, 대체로 채소농가들도 소득이 올랐고, 지난해 농가소득이 꽤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경주는 좀 어떨지 모르겠지만 소득도 올라야 되는데, 젊은 사람들이 아이 데리고 키우면서 살려면 문화시설이나 교육시설이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무인이양기 작동 모습을 지켜본 뒤 젊은 부부와 다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 : “오늘은 제가 오는 바람에 낮 시간에 농사일을 하는 것 아닌가”
주민 : “6월 15일까지는 (낮에도) 한다”
문 대통령 : “그야말로 농번기다. 젊은 부부는 자가농 인가”
젊은 부부 : “자가도 있고 위탁도 있다”
문 대통령 : “자가에서 올리는 소득과 위탁해서 올리는 소득이 어떻게 되나. 연간소득은 영업비밀인가”
마을 관계자 : “2억 정도로 추정한다”
남편 : “그렇게까지는 안 되고, 투자를 많이 해야 되기 때문에”
아내 : “기계 값이 너무 비싸다”
남편 : “한 1억 정도는 (한다)
문 대통령 : “젊은 사람들이 문화시설이나 교육시설만 잘 돼 있다면 소득 자체로는 덤벼들 만한 일인가”
아내 : “부지런히 하면 괜찮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은 농림부 관계자에게 “농기구 대금이 비싼 것이냐”며 “그런 부분을 좀 농축산부에서 (신경써달라)”고 강조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기계 값이 지방비와 국비를 합쳐서 29%까지는 보조를 해 주는데, 나머지 50%는 융자로 지원받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모내기를 마치고 주민들과 새참을 함께 했다. 잔치국수, 편육, 겉절이, 두부, 안강읍 막걸리가 준비됐다.
문 대통령은 새참 도중에 “옥산마을에 와 보고 깜짝 놀랐다”며 “농업도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그런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모내기에 같이 동참하게 돼서 아주 기쁘다”며 “오늘 보니까 올 한 해에는 정말 대풍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농민들은 대풍이 된다고 해서 꼭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게 또 수요에 넘게 생산이 되게 되면 그 바람에 가격이 하락하는 그런 아픔을 겪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우리 정부 들어서는 재작년부터 2년 연속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량들은 다 시장 격리 조치를 취해서 쌀값을 상당히 올렸다. 그점은 인정하시죠”라고 했다.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채소농사나 밭농사 하시는 분들 소득도 많이 늘었다. 앞으로 직불제가 개편되면 밭농사 하시는 분들의 소득도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겨울 AI나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아서 축산농가 소득도 올랐다. 지난해에는 우리 농가소득이 연간 4100만원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농민들에게 농촌 내 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문화시설, 교육시설도 좋아져야 하는 등 부족한 점이 많지만 농가소득을 꾸준하게 높여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내기 현장에는 최근 교체된 최재관 전 농해수비서관도 참석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