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범죄 처벌 강화하자고? 법원 “제대로 된 치료감호 시설도 없는 현실”

입력 2019-05-23 16:53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에 대한 처벌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을 제대로 치료 감호할 시설조차 없는 현실을 법원이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며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A씨는 자폐성 장애와 조현병 증세 등을 겪는 상태에서 이유 없이 4세 여자아이를 폭행해 다치게하고 이에 항의하는 아이 아버지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들은 5대 2로 A씨 심신미약을 인정하면서, 벌금 100만원과 치료감호 필요에 만장일치 의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과 같이 선고했다. A씨 측은 항소하면서 치료감호에 수용되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취지의 탄원서도 제출했다.
항소심은 A씨의 이 같은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동시에 A씨에 대한 치료감호 명령이 현실적으로 충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재판부가 확인한 결과 현재 국내 유일한 치료감호소인 공주 치료감호소에 약물복용 외에 자폐장애를 위한 치료 과정 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치료감호 명령이 법 규정에 부합할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단지 일시적 자유의 박탈에 그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치료감호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법원은 법률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결 집행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대해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입법 목적에 맞는 시설을 설립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조현병 환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과 관련해서도 “조현병 환자들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면서 “내실 있는 치료 감호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