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 3가지의 비준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는 ‘선(先)입법 후(後)비준’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사·정 합의가 최종 불발되자 주도적인 비준 추진에 나선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비준하지 않은 4개 핵심협약 중 3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겠다”며 “헌법상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비준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관계부처와의 협의, 노사 의견수렴 등 관련된 절차를 거쳐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비준에 착수할 3개 협약은 결사의 자유를 담은 제87호와 98호, 강제노동 금지를 담은 제29호다.
제87호와 제98호 협약은 근로자의 노조 결성과 단체교섭권 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두 협약이 비준되면 노동조합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공무원과 해고자, 실직자 등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제29호 협약은 의무 군복무, 교도소 내 강제근로, 비상시 강제근로 등을 제외한 모든 노동을 강제근로로 규정한다.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협약이 현행 대체복무 제도와 충돌하는 셈이다. 정부는 현역병 복무와 대체복무 중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협약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미비준 상태인 강제노동 제105호 협약은 비준 추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강제노동 제105호 협약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형벌체계, 분단국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단 제외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과 경영계는 정부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이고 성급하게 비준절차를 추진하려 한다. 보완입법이 선행되는 ‘선입법, 후비준’의 절차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도 “대립·갈등·불균형적 노사관계와 노동법제 속에서 단결권만 확대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과 사용자 측의 우려가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듯 “결사의 자유 협약(제87·98호) 비준을 위한 법 개정과 관련해 지난달 15일 발표된 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을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3개 협약에 대한 비준동의안과 관련 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