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며 이재웅 쏘카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자 이 대표도 “이 분 왜 이러시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두 사람의 설전에 ‘한글과 컴퓨터’를 만든 이찬진 대표 등 벤처기업인들도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2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 위원장이 자신을 비판한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 어찌 되었든 새겨 듣겠습니다”라는 글을 썼다.
이 대표가 언급한 최 위원장의 발언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최 위원장은 “내가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다루는 데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이 대표는 그 합의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고 경제정책의 책임자를 향해 ‘혁신 의지 부족'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또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상당히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이건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대표는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느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택시기사들은 쏘카와 타다 서비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에 택시기사의 분신까지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지난 15일 택시기사 안모(76)씨는 서울 시청광장 인근 인도에서 자신의 몸에 휘발성 액체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안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당시 안씨의 택시에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아웃(OUT)'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17일 SNS를 통해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타다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불안감을 조장하고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상생안을 만드는 이유는 우리 사업 때문도 아니고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전에 연착륙해야만 하는 택시업계를 위해서”라며 “타다를 중단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어거지는 그만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부총리(홍남기 경제부총리) 본인 의지만 있다면 혁신성장을 더 이끌 수 있을 텐데 지금 이렇게 혁신성장이 더딘 것은 부총리 본인 의지가 없어서일까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쏘카·타다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벤처업계에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글과 컴퓨터’ 창립자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이 대표의 글에 “부총리(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군요. 비판하지 않아야 예의 바르고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고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어 “부총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최 위원장님께 뭐라고 말씀하실지 궁금해지네요”라고도 했다.
카풀 서비스 ‘풀러스’를 운영하는 서영우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방에 권위적인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면서 “시간 날 때 댓글 400개는 읽어보시길 바란다. 사업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의 더 이해도가 높다”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