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비서들을 여성으로 묘사해 성적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당한 요구에도 순종하는 AI 비서가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적인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퍼뜨린다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할 수 있다면 얼굴을 붉히겠다(I'd blush if I could)’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영국 일간 BBC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논문 제목은 애플의 AI 시리(Siri)가 성적 농담을 들었을 때 내놓는 답에서 착안했다.
보고서는 아마존의 알렉사나 애플의 시리 같은 AI 비서들은 여성을 버튼 조작이나 목소리 호출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고분고분한 도우미로 인식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AI 비서가 여성은 부차적인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퍼뜨린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제기돼 왔다.
유네스코는 AI 비서는 인간이 아니라는 언급을 하도록 설정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여성 목소리를 기본으로 설정하지 말고 사용자에게 성 중립적인 옵션을 포함한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시리의 초기 설정이 남성 목소리로 돼 있다. AI 비서에게 성차별적인 언어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사용자가 성적인 요구를 하면 영국의 AI 비서는 단호하게 '아니오' 라고 대답한다.
AI 비서가 여성으로 묘사되는 것은 상업적인 이유 때문이다. 아마존은 AI 비서 알렉사를 내놓기 전에 실시한 시장조사에서 사용자들이 여성 AI 비서를 보다 호의적으로 느낀다고 판단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하지만 유네스코 보고서는 IT기업 내 남성 중심적 문화가 본질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애플이나 아마존같은 대기업들은 남성 공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AI 연구원의 80%가 남성이고 페이스북과 구글의 여성 연구원 비율은 15% 이하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