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37맥스 추락 ‘버드스트라이크’ 때문?…‘조치 안한 보잉 탓’ 소송

입력 2019-05-22 16:33 수정 2019-05-22 17:15
터키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8 여객기가 지난 8일 미국 워싱턴주 렌턴에서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최근 잇달아 추락한 보잉 737맥스8 기종은 사고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전 세계에서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AP뉴시스

157명의 희생자를 낸 에티오피아항공 보잉 737맥스 추락사고의 원인이 ‘버드스트라이크’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류가 기체에 충돌한 충격으로 핵심센서가 오작동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보잉은 대규모 소송에 직면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관계자들은 지난 3월 157명이 사망한 에티오피아항공 보잉 737맥스 여객기 사고가 조류 충돌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AA 관계자들은 조종특성상향시스템(MCAS)을 작동시키는 받음각(AOA) 센서가 조류 충돌로 오작동한 것으로 추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CAS는 여객기가 지나치게 상향하고 있을 때 자동으로 기수를 낮춰준다. 보잉사는 사고 직후 AOA 센서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외부충돌설이 제기되면서 보잉 주가는 이날 오전 장에서 소폭 상승했다고 CNBC방송이 전했다. 외부충돌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보잉사의 책임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버드스트라이크가 사실로 밝혀져도 보잉이 책임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 기종 추락사고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추락사고로 189명이 사망한 후 보잉사는 아메리칸항공 소속 조종사들에게 “운항 중단을 검토하라”는 요구를 들었지만, 조처를 하지 않아 추가 사고를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버드스트라이크 사고가 연간 1만여회 발생할 정도로 흔하지만, 추락사고로 이어지는 점은 드물다. 에티오피아항공이 사고 보고서에서 외부 충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점도 보잉사에는 불리한 점이다.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로 남편을 잃은 나데쥐 뒤부아 시엑스(오른쪽)가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나데쥐 뒤부아는 이날 보잉사를 향해 2억7600만 달러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AP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보잉사를 향한 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에티오피아항공 보잉 737 여객기 추락사고로 남편을 잃은 한 프랑스 여성은 보잉사를 상대로 2억7600만 달러(약 3297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보잉이 지난해 벌어들인 1010억 달러(약 120조원)를 365로 나눈 액수다.

대규모 운항중단으로 피해를 본 항공사들도 보잉을 향한 손해배상 소송에 돌입했다. 에어차이나와 중국남방항공은 미국 보잉사를 상대로 정식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전했다. 중국은 10여 개 항공사가 보유한 737 맥스8 기종 96대 운항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