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민 단체 1000여 곳이 합동으로 배우 고(故) 장자연씨 사망사건과 관련한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수사 결과를 규탄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1043개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인 범죄, 은폐·조작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16일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성범죄 혐의는 영장에서 제외됐고, 장씨 사건에서도 조선일보 외압과 부실수사는 인정하면서도 핵심인 성범죄 및 부실수사에 대한 재수사는 권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20일 발표된 과거사위의 장씨 성접대 리스트 사건 조사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사위는 피해 장소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성범죄 관련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았다.
이들은 “해당 성폭력 사건들은 모두 한국사회 권력층에 의해 여성들이 도구화되고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와 검찰 개혁에 대한 기대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국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과거사위의 수사 결과가 부실하거나 미진한 수준이 아닌 위법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차혜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과거사위의 심의 결과를 보면 수사가 미진하고 부실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이건 수사가 위법했다는 것”이라며 “경찰과 검찰이 이행해야 할 것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과거사위는 13개월 동안 84명을 조사했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심의한 결과가 부실하지만 수사권이 없다며 수사 권고를 단 한 건만 했다”며 “수사 결과가 왜 미진했는지 수사하라고 권고해야했다”고 말했다.
김혜정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검찰은 공범이냐, 공권력이냐”고 소리쳤다. 그는 “검찰은 가해자로서 또 다른 가해자를 봐주는 것으로 화답했다”며 “검찰은 언제나 윤중천보다 앞에 나선 적 없다. 윤중천이 입을 다물면 무혐의, 애매하게 말하면 갸우뚱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부실 수사한 검사를 징계하고 파면해야 한다”며 “그것이 과거사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고 최소한의 성 평등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거사위는 5월 말 활동 종료를 앞두고 사건을 정치적 쟁점으로 취급하고 침해된 여성 인권 문제는 외면한 채 형식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소시효, 증거 부족 모두 과거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기인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유로 사건 해결의 책임을 면하려 하고 있다. 의혹투성이인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해 끝까지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