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칸에서 첫선을 보였다.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는 ‘기생충’ 레드카펫과 프리미어(상영회)가 연이어 진행됐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나란히 등장했다. 말끔한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이들은 현장에 모인 수백여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에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봉 감독은 “감독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을 때, 칸 영화제에서 가장 처음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영광이고 흥분되는 일이다. 지금도 좀 흥분이 된다”고 감격해했다. 이어 “그동안 내 영화를 아무리 많이 본 분들이라도 이번 영화를 보면 또 놀랄 것이다. ‘기생충’은 되게 이상하다”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이어진 상영회에는 봉 감독과 두터운 친분이 있는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이 함께했다. 두 사람은 전작 ‘설국열차’와 ‘옥자’에서 호흡을 맞췄다. 특히 ‘옥자’가 2년 전 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을 때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또 ‘기생충’에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이미경 CJ ENM 부회장도 참석해 이목을 모았다.
‘기생충’에 대한 현지 관심은 뜨거웠다. 2300여석의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상영 2시간여 전부터 극장 앞에는 ‘기생충’을 보기 위해 모인 관객과 취재진, 영화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하려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131분간의 상영이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객석에서는 함성과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소리는 8분 동안 이어졌다.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영화는 극과 극의 빈부격차를 보이는 두 가족을 통해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BBC는 ‘기생충’을 칸 영화제에서 반드시 봐야 할 10대 영화로 꼽기도 했다.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영화 중 최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에 관한,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인, 재미있고 웃기면서도 아플 정도로 희비가 엇갈리는 이야기를 한데 보여준다”고, 버라이어티는 “봉준호가 돌아왔다. 가장 뛰어난 형태로”라고 호평했다.
앞서 봉 감독은 취재진에게 스포일러 방지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직접 보냈다. 그는 “여러분들께서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쓰실 때, 그간 예고편 등을 통해 노출된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부탁했다.
‘기생충’은 식구들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국내에서는 30일 개봉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