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노무현 계셨다면 문 대통령에 ‘이 길 뚜벅뚜벅 가시라’ 하셨을 것”

입력 2019-05-21 20:26 수정 2019-05-21 20:33

노무현정부에서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작가는 21일 “노 전 대통령은 ‘늘 멀리 길게 보고, 책임감을 가지고 보라’고 하셨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당장 결실을 볼 일도 아닌데 멀리 보고, 뚜벅뚜벅 가시라’고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한반도 평화 정책’에 지지와 응원을 보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작가는 인터뷰 내내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면서 “남북관계에서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하셨을 거다. 소득주도 성장도 옳은 방향이니까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다. 그가 꿈꿨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을 비교해보자는 취지의 인터뷰다.

“어려운 주제를 골랐다. 하하”

-현 남북관계를 당시와 비교해보면 어떤가

“잘 돼가는 부분도 있고 거꾸로 가는 부분도 있다. 중요한 건 남북관계를 보는 국민들의 시각인데, 참여정부 당시 일명 ‘퍼주기’로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도 ‘좌파’로 매도하고 있지 않나.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 오히려 그때보다 후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넘어 ‘미·일·중·러’와의 관계도 강조했는데

“문재인정부가 워낙 북핵 위기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서 출범했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균형자 역할’이나 ‘동북아 허브’ 역할을 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외교 문제 논하기 전에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나”

-노 전 대통령이라면 남북관계 어떻게 진단할까

“역사에 대한 낙관론을 가지고 계셨다. 가다 서다 반복하고 후퇴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전진한다는 것. 남북관계가 당장은 삐걱거리고 어려움을 겪지만, 앞으로 좋아지고 평화체제가 될 거다, 방향이 맞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가자고 말씀하셨을 것 같다. 문 대통령에게 그렇게 조언하셨을 것 같다”

-지역 간 대립 구도는 당시보다 완화됐나

“지역갈등이 완화되면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선되기도 하고. 앞으로 선거제도가 바뀐다면 더 진전이 있겠지만. 노 대통령이 계시면 큰 성과로 꼽으실 것 같다. 항상 통합과 개혁을 강조하셨는데 임기 동안 통합은 정말 진전이 없었다고 안타까워하셨다”

-계층 간 격차 해소도 과제인데, 당시보다 나아졌나

“결국 양극화 문제인데 만약 노 대통령이 계셨으면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은 어렵다,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해야 해야 한다’고. 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도 같은 방향이니까 잘한다고 평가 하실 거다”

-‘성장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정책을 잘 못 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경제성장은 지난 정부 정책을 물려받아서 가는 거라 연장선에 있는 거다. 지금 성장률이 딱 2년 동안의 성장률이 아니란 얘기. 노 대통령도 과거에 해놨던 게 지금 성장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예를 많이 드셨다. ‘휴대전화 통신도 이전 정부에서 다 씨를 뿌리고 해놓은 것을 내가 거둔 거지. 정부 임기 안에만 이뤄지는 게 없다’고 하셨다. 오히려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다음 정부에 짐을 안 지우는 거에 신경 써야 한다. 임기 내에만 성과 내려고 하면 무리를 하게 되고, 다음 정부에서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고 하셨다. 지금 계셨어도 ‘무리하지 말라’고 하실 것 같다”

-지금의 정치를 보면 극단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거는 가장 고민하셨던 문제다. 대화와 타협이 안 되고 적대, 대립, 반목밖에 없다는 것. 그게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고 그거 때문에 대연정 제안도 하셨잖아. 정권 넘겨주는 한이 있어도 대화와 타협하자고 대연정을 하자는 건데 오히려 그때보다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증오와 적개심을 보이니까. 대연정 같은 특단의 조치 없이는 대한민국 정치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실 거다”


-‘노무현 10주기’ 맞아 추모 열기 높다

“슬로건이 ‘새로운 노무현’이다. 이제는 추모에 그치지 않고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추모는 추모로 마치고 앞으로 10년, 20년은 시민들이 노무현이 원했던 세상을 만들고,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게 10주년에 맞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노무현 정신’이 뭔가?

“시민참여 민주주의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 보루’라 하셨잖아. 시민이 참여해서 정치, 사회, 세상을 바꾸는 게 결국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거고. 그게 노무현 정신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