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임명 강행한 채이배 정책위의장이 21일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승민·안철수계 연합군으로 구성된 원내지도부의 집중 포화를 맞으며 험난한 신고식을 치렀다.
손 대표 퇴진파 진영은 채 의장 임명의 정당성과 그가 제안한 대북 식량지원 추진 요청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폈다. 채 의장은 공개 회의에서 “대북지원사업은 한반도 평화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초석”이라며 “북한 식량난이 7월~9월 혹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의 다수파가 된 유·안 연합군 의원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채 의장의 발언을 집단 성토했다. 다수의 의원들이 ‘고립무원’의 채 의장을 거세게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욱 의원은 통화에서 “채 의원이 북한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얘기했는데 당대표라도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라며 “비공개 회의 때 논의도 안 된 이야기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떠들면 안 된다고 경고를 줬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에 채 의장과 생각이 다른 의원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오신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합의를 거치고 정책을 발표하라는 질책성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 원내대표가 출마 발표 때 “민생, 안보, 혁신을 당의 핵심가치로 삼겠다”고 말하는 등 바른미래당 새 원내지도부는 대북 문제 등에서 보수 성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일한 손 대표 측 참석자인 채 의장의 고립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채 의장의 직위 정당성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대표가 임명한 정책위의장으로서 동료 의원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원내대표에게 승인받지 못한 불명예스러운 임명”이라며 “채 의원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골육상잔의 근본 원인은 손 대표에게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동섭 원내수석부대표도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추는 자리인데 전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임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선출직 최고위원 100%가 반대하는 이런 임명은 비민주적”이라고 일갈했다. 지 의원도 “손 대표의 농단으로 당이 백척간두에 섰다. 이제 원내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이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 의장은 거듭되는 공세에 “존중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인간적 예의는 지켜주셨으면 한다”며 “오 원내대표께서 여러 차례 제게 의장직은 (맡아도)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인간적으로 형 동생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지만 제가 공사를 분리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며 “채 의원이 개인적 친소관계를 연장시켜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