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챔스도 뛴 박지성이 가장 어려워한 것 “육아”

입력 2019-05-21 00:01
박지성(왼쪽)과 배성재 SBS 아나운서가 20일 경기도 수원 법원종합청사 다목적홀에서 ‘수원법원가족과 함께하는 박지성·배성재의 토크 콘서트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 출신 박지성에게도 육아는 난제였다. 그는 영국에서 체류하는 근황을 전하면서 “육아가 축구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20일 경기도 수원 법원종합청사 3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수원법원가족과 함께하는 박지성·배성재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시민을 만났다. 수원은 박지성의 고향. 박지성은 지금 가족과 함께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는 “수원에서 자라면서 수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수원시민 여러분이 수원에서 박지성이 나온 것을 자랑스러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토크콘서트는 한국 축구의 2000년대를 대표하는 박지성과 스포츠 캐스터로 이름난 배성재 SBS 아나운서의 입에서 나오는 경험과 지혜를 공유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시민에게서 미리 받은 질문을 박지성이 추첨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처음으로 뽑힌 질문은 근황이었다.

박지성은 육아담을 앞세워 근황을 재치 있게 들려줬다. 그는 “첫째 아이는 영어에 익숙해졌고, 15개월 둘째 아이는 아직 말을 못하고 뛰어다닌다”며 “둘 다 체력이 엄청나 너무 힘들다. 현역으로 돌아가 운동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 세상에 육아보다 힘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지성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세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골을 넣고, 세계 축구선수에게 꿈과 같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유럽·남미 선수들과 경쟁하며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에게도 육아는 어려운 일이었다.

박지성은 여전히 축구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은퇴한 뒤 (여러) 구단을 돌면서 유럽이 어떻게 선수를 육성하는지 봤다. 우리와 차이를 배웠다”며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유럽과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박지성이 20일 경기도 수원 법원종합청사 다목적홀에서 ‘수원법원가족과 함께하는 박지성·배성재의 토크 콘서트에서 팬에게 싸인볼을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박지성은 현역에서 은퇴하고 느긋해진 삶을 즐기고 있다. 대중과 교감보다 지금의 삶을 더 즐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 점점 잊히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축구를 좋은 길로 인도하기 위한 영향력도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도자, 행정가, 방송 활동 중 어느 무엇으로도 한국 축구에 기여할 일이 있으면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박지성은 “어떤 식으로 내가 사람들 앞에서 정기적으로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고민이 많다. 방송 출연은 사실 너무 어렵다. (안)정환이형처럼 잘할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지성이 지금 대중과 소통하는 순간은 오직 방송사의 축구 해설자로 참여할 때뿐이다. 그는 “해설자로 월드컵을 관람한 것은 좋았는데, 목소리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 해설을 계속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 선수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SBS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그 옆에 앉았던 캐스터가 배 아나운서였다.

박지성과 배 아나운서의 토크 콘서트는 대체로 호응을 이끌어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해외 체류 등으로 직접 만나기 어려운 박지성 선수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