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을 넘나드는 文 대통령의 대(對)국회 추경전략

입력 2019-05-20 16:44 수정 2019-05-20 17:02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시정연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 달 내 여섯 차례나 공식 석상에서 ‘일하는 국회’ ‘민생국회’를 강조하며 국회에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민생법안 처리를 요청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동시에 국민들에게 ‘일하고 싶은 정부를 국회가 막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한 달이 다가오도록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세계적인 경제 여건의 악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국회가 힘을 더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미세먼지와 강원도 산불, 포항지진을 포함한 재해대책 예산과 경기 대응 예산 등 크게 두 가지 예산으로 구성됐다. 청와대는 추경 통과를 염두에 두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준비해왔지만 여야 대치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예산안 관련 2차례, 추경 관련 1차례 등 총 세 차례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 제출 4일 뒤인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국회의 역할을 언급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하던 때였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추경 처리가 늦어질수록 국민의 삶과 민생경제에 부담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루 뒤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에게 “추경 통과를 위해 국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보회의에서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고 강조했다. 14일 국무회의와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때론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야권을 강하게 비판하다가도 “국내 내수진작을 위해 야당의 협조를 부탁한다”며 수위를 조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의 공전을 대통령이 가장 안타까워하고 있다. 회의 때마다 나오는 국회 관련 발언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한국이 유럽연합(EU)의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된 것을 언급하며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잘 준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