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산하 학생인권교육센터는 20일 직권조사를 통해 비위가 확인된 서울공연예술고에 교육환경 개선 등 학생 인권 보장을 권고했다.
서울공연예술고는 지난해 10월 술자리와 학교 관리자의 사적 모임 등에 학생을 동원해 공연을 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시교육청은 지난 1월 감사를 통해 1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하고 교장 등 관계자 중징계를 내렸으나 학교 측은 감사처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학생들은 지난 2월 학교를 고발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게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발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광호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답변했다.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이후 조사에 착수했다.
학생인권교육센터는 감사를 통해 확인된 비위가 학생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고 서울공연예술고에 ▲예술특목고 운영취지에 적합한 교육환경으로 개선하고 ▲학교 밖 공연 등 교육활동 시 학생들의 학습권·안전 보장을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권고 내용을 학교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도록 권고했다.
학생인권교육센터에 따르면 예술계 특수목적고인 이 학교는 분기별 약 123만원의 수업료를 받았다. 타 공·사립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은 비용이다. 그럼에도 컴퓨터, 장비 등 교육 기자재는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낙후돼 있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일부 교육 활동에서 사비를 지출해야 했다.
방음·환기시설도 크게 부족했다.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실용음악과·실용무용과 전공 학생들이 음악·신체 활동을 할 때 발생하는 소음으로 주민 민원이 발생하고 성장단계에 있는 학생들의 건강이 염려되는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학생인권교육센터는 또 학교 밖 공연 때 학습권 침해가 있었다는 교육청 감사 결과 및 부적절한 공연 의혹과 관련해 “학교 밖 공연 선정 단계부터 교육활동으로서 접근하고 학생 보호를 위해 대비를 했는지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공연예술고는 지난해 6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평균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동복을 입고 공연을 진행하도록 해 한 학생이 열사병을 호소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학생인권교육센터는 “건강에 미친 영향은 지금 시점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공연장이 실내일지라도 관객들도 반팔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교복 동복을 입고 공연한 것은 사회 통념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중심에 있던 서울공연예술고 전 교장 A씨는 2017년 1월 교장직 중임을 이유로 교육청에서 교장 임용 신청을 반려 처분한 것에 대해 취소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25일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되며 당연퇴직했다. 현재는 신임 교장이 발령받아 근무 중이다.
권고를 받은 서울공연예술고는 권고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내 권고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60일 내 조치결과를 학생인권옹호관에게 문서로 통보해야 한다.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조 교육감에게도 서울공연예술고의 학생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조 교육감은 “학생인권옹호관의 권고 사항을 적극 이행하고 학교가 정상화될 때까지 권고에 따른 특별장학 등을 통해 학교를 잘 살펴 나가겠다”며 “이 과정에서 상처받은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자리도 곧 만들겠다”고 전했다.
신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