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공자 명단·공적조서 공개’ VS ‘제39주년 전야제·민주평화 대행진’.
5·18민주화운동 제39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도심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의 집회와 5월 단체의 전야행사가 잇따라 열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의 5·18폄훼로 광주 민심이 들끓는 가운데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례적으로 광주의 심장부에서 집회와 가두행진을 가져 5월 단체 등과 물리적 마찰이 우려된다.
광주 금남로와 국립 5·18민주묘지 등의 집회 신고를 마친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1시 1980년 5·18의 도화선이 된 전남대 후문에서 ‘5·18유공자 명단과 공적조서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도심행진을 벌인다.
자유연대와 턴라이트 등의 보수단체들은 전남대 후문을 출발해 새마을금고 등을 돌아 다시 후문까지 돌아오는 2.5㎞구간에서 5·18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구호 등을 외치며 시가행진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광주경찰청에 이날 오후 5시까지 전남대 후문 등에서 집회를 갖는다고 이미 신고를 마쳤다.
이에 대해 전남대 교수회와 총학생회, 총동창회, 민주동우회 등 전남대 구성원들은 오전 11시 역시 전남대 후문에서 이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남대 구성원 단체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한 이들은 “5·18정신을 훼손하는 패륜집단의 집회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5·18 39주년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다양한 당시의 증언들이 쏟아져 나와 진상규명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대 구성원들은 “5·18을 왜곡하고 폭동으로 치부하는 집단이 5·18이 시작된 대학에서 집회를 갖고 5·18정신을 훼손하려는 데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 3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에 재판받으러 왔을 때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친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집회를 열고 겁박한 보수단체는 패륜집단이라고 주장했다. 5·18 전야행사를 망치려는 자유연대와 턴라이트 등 보수단체 집회는 제사상을 발로 걷어차는 패륜행위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광주 방문도 반대했다. 5·18진상조사위 출범을 가로막고 5·18 망언을 일삼는 국회의원을 솜방망이 처벌로 감싸고 도는 황 대표 방문도 5·18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제39주년 기념식 당일인 18일 오전 10시에도 정부 주관 행사가 열리는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앞 삼거리에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어 오후 1시부터는 금남로 5가, 충장로, 광주천변 등에서도 가두행진을 벌이기로 해 제39주년 기념행사에 나선 5월 단체 등과 충돌이 예상된다.
경찰은 전남대 후문 일대에 경력을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는 “5·18을 욕보이는 보수 적폐세력의 민주묘지, 금남로 집회를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예고해 두고 있다.
보수단체의 집회가 마무리되는 17일 오후 4시부터 전남대 정문 등에서는 ‘시민난장’과 ‘오월 풍물굿 행진’으로 시작되는 다양한 5·18 제39주년 전야행사가 막을 올린다.
‘오늘을 밝히는 오월, 민주에서 평화로’를 주제로 한 전야행사는 1980년 5월 당시의 광주를 재현해 진실규명의 공감대를 모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제39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는 시민난장, 거리공연난장, 오월풍물굿, 민주평화대행진, 전야제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전야행사를 펼친다.
시민난장은 5·18민주광장 일원에 오월, 민주·민생, 역사왜곡, 인권, 평화·통일 등 다양한 의제를 담은 부스가 설치돼 그날의 의미를 알린다.
광주일고 앞 사거리에서 1000여명이 참여해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 본무대로 향하는 민주평화대행진은 그날의 함성을 재연한다.
참가자들은 오월 학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친다.
전야제 본행사는 민주평화대행진 행렬과 풍물패가 금남공원에 집결하면서 절정을 이룬다.
1부 ‘오월 그날’에서는 계엄군의 집중사격과 헬기사격에 분노한 시민들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전남도청 결집을 요구한다.
2부 ‘오월의 함성’은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민들이 도청으로 향하게 된다. ‘광주학살 진상 규명! 계엄군은 물러가라!’를 외치는 시민군 트럭도 등장한다.
전야제는 80년 5월처럼 시민들과 주먹밥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그날의 대동정신을 되새긴다.
전야제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을 상징화한 퍼포먼스와 5·18 당시 학생이던 소녀가 4·16 엄마가 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는 세월호 이야기도 무대에 오른다.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 횃불을 켜고 군부 독재에 항거했던 ‘민족민주화성회’도 재연된다.
전야제는 시민들의 힘으로 5·18의 진실을 밝히고 역사 왜곡 근절을 촉구하는 ‘대동 한마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행사위 관계자는 “5·18을 왜곡하는 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하는 전야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은 이날 오전 9시30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제를 가졌다.
추모제는 희생자 제례, 추모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헌화·분향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5월 단체는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5·18 왜곡, 4·16 망언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5·18묘역을 함께 참배한다.
국가보훈처 등 정부가 주관하는 5·18민주화운동 제39주년 기념식은 18일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지난해에 이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