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일 만에 구출된 리비아 피랍자 주모씨가 “나로 인해 여러 사람이 고생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심경을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주씨는 역대 두 번째 최장 기간 피랍자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 남서부에서 대수로 산하 기업 ANC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납치된 우리 국민 1명이 피랍된 지 315일 만에 무사히 석방됐다”며 “주씨가 대통령님과 우리 정부에 감사함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이 315일째 피랍돼있다고 직접 밝혔을 정도로 하루하루 날짜를 셌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주씨는 현재 UAE 아부다비의 현지 공관에서 보호 중이고 18일 귀국 예정이다.
주씨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양호하지만 피랍 이후 많이 야윈 상태로 전해졌다. 또 피랍 이후 머리나 수염 등도 전혀 자르지 못한 상태다. 또 주씨는 어두운 곳에 오래 갇혀있었던 여파로 시력이 안 좋아진 상태로 알려졌다.
주씨는 지난해 7월 6일 리비아 남서부 지역에서 피랍됐다. 주씨는 315일 만에 석방돼 2012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582일 동안 억류됐던 제미니호 선원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장 피랍자로 남게 됐다.
외교부는 주씨 석방에 금전적 대가 지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당국자는 “석방금 지급은 없었다고 표현하지 않았냐”며 “상세한 조건은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정부는 납치 단체를 상대로 석방금을 통한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게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주씨의 무사 귀환은 UAE 정부가 나서 영향력을 행사해준 덕분이라는 게 우리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UAE를 통해서 (노력) 했던 점이 있었다”며 “UAE 정부의 리비아국민군과의 특별한 관계에 기초한 내실 있는 노력이 좋은 성과에 많은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국민군은 동부 지역을 근거로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리비아 주요 세력 중 하나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카다피 정권이 축출됐으나, 2014년부터 내전에 빠지는 등 혼란스러운 정세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세가 악화되면서 리비아 중앙 정부의 영향력이 리비아 전역으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